시인이 되다(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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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의 문 앞에 서서
응답의 문 앞에 서서 이동현기도했지만 아직은 그대로인 하루, 응답보다 먼저 침묵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구하라 하신 말씀 앞에서 나는 많이 말하지 못하고 다만 떠나지 않는 법을 조심스럽게 배웠습니다. 응답의 문은 열리지 않아도 주님은 내곁에 있으며, 변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내 마음만 낮아집니다. 오늘도 나는 응답의 결과가 아니라 주님과 함께응답의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Unsplash의Unsplash의chris liu
2025.12.11 -
눈 속의 나
눈 속의 나이동현창밖으로 흰 눈 내려어린 날 웃던 골목길눈싸움에 깔깔대던그때 나는 어디 갔나.철원 벌판 새벽녘에얼어붙은 군화 속에묵묵하게 삽을 들어하얀 적막 쓸어냈네.출근길에 눈을 밟고피로 짙은 발걸음에하늘에서 내린 눈꽃이젠 무겁게만 보여.그럼에도 창밖 보며눈 속 너를 다시 찾네숨결 속에 웃고 있던소년의 나를 만나러.
2025.03.18 -
눈 오는 출근길
눈 오는 출근길이동현눈이 내린다하얀 세상,창밖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나는 깊은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미끄러운 인도 위,젖은 구두 속 양말이 축축하다버스는 오지 않고지하철도 멈췄다는 알림만휴대폰 화면에 쌓여간다뒤늦게 달려오는 버스 한 대가득 찬 사람들 사이나는 간신히 서 있다서로의 숨결이 김으로 번지고차창 너머,눈 내리는 거리가멀게만 보인다회사에 도착한 나는젖은 바지를 말리며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비로소 오늘을 받아들인다그러다 문득,눈 내리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똑같이 눈을 맞았지만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다오늘의 나는피로와 책임에 젖어 있지만그럼에도 창밖의 눈송이 하나에잠시 잊고 있던 따뜻함을 떠올린다
2025.03.18 -
철원의 겨울
철원의 겨울이동현새벽 다섯 시기상벨 소리에 눈을 비비며젖은 군장과 얼어붙은 삽을 쥔다어둠 속,철원 벌판엔 눈이 쌓이고 있었다하늘은밤새 구멍이라도 난 듯쉼 없이 쏟아낸 눈발목 위로 차오른 하얀 무게숨을 내쉴 때마다입김은 허공에서 얼어붙고손끝은 저려오고발가락마저 무감각해진다삽질을 해도 해도끝나지 않는 눈밭이 눈을 어디까지 치워야동이 틀까젖은 군화 속양말까지 얼어붙은 채눈보라를 뚫고 걷던 그 겨울등 뒤로어둠과 눈발이 따라왔다고요한 적막과쉼 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나는 군인으로하얀 세월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