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출근길
2025. 3. 18. 20:17ㆍ시인이 되다
눈 오는 출근길
이동현
눈이 내린다
하얀 세상,
창밖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깊은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미끄러운 인도 위,
젖은 구두 속 양말이 축축하다
버스는 오지 않고
지하철도 멈췄다는 알림만
휴대폰 화면에 쌓여간다
뒤늦게 달려오는 버스 한 대
가득 찬 사람들 사이
나는 간신히 서 있다
서로의 숨결이 김으로 번지고
차창 너머,
눈 내리는 거리가
멀게만 보인다
회사에 도착한 나는
젖은 바지를 말리며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비로소 오늘을 받아들인다
그러다 문득,
눈 내리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
똑같이 눈을 맞았지만
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다
오늘의 나는
피로와 책임에 젖어 있지만
그럼에도 창밖의 눈송이 하나에
잠시 잊고 있던 따뜻함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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