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겨울

2025. 3. 18. 20:14시인이 되다

철원의 겨울

이동현

새벽 다섯 시
기상벨 소리에 눈을 비비며
젖은 군장과 얼어붙은 삽을 쥔다
어둠 속,
철원 벌판엔 눈이 쌓이고 있었다

하늘은
밤새 구멍이라도 난 듯
쉼 없이 쏟아낸 눈
발목 위로 차오른 하얀 무게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은 허공에서 얼어붙고
손끝은 저려오고
발가락마저 무감각해진다

삽질을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눈밭
이 눈을 어디까지 치워야
동이 틀까

젖은 군화 속
양말까지 얼어붙은 채
눈보라를 뚫고 걷던 그 겨울
등 뒤로
어둠과 눈발이 따라왔다

고요한 적막과
쉼 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나는 군인으로
하얀 세월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시인이 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속의 나  (0) 2025.03.18
눈 오는 출근길  (0) 2025.03.18
눈 오는 날의 골목  (0) 2025.03.18
인생의 날씨  (0) 2024.06.28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0)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