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7. 10:32ㆍ생각을 말하다

[연재10] 좋은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열린 질문 — 생각을 열어주는 질문을 만드는 법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회의가 끝난 뒤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다들 이해하셨죠?”
“네.”
“이대로 진행해도 문제없겠죠?”
“네.”
분명 질문했고 대답도 들었다. 참석자들도 특별한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회의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직원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거나, 어떤 사람은 지시 내용을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제야 이런 생각이 든다.
분명 물어봤는데 왜 그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질문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다들 이해하셨죠?”라는 질문을 받은 사람은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네”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대로 진행해도 되겠죠?”라는 질문도 비슷하다. 특히 상사가 직원에게 묻는다면 자신의 다른 생각을 꺼내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질문은 했지만 어쩌면 대답할 수 있는 범위까지 내가 정해놓았던 것은 아닐까.
이럴 때 질문을 조금 바꿔볼 수 있다.
“오늘 논의한 내용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이 계획을 실제로 실행한다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까?”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네’라는 한마디로 끝내기 어렵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이해한 것을 돌아보고 자기 생각을 말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흔히 열린 질문이라고 한다.
열린 질문과 닫힌 질문의 차이는 어렵지 않다.
“보고서를 제출했습니까?”
“네.”
“고객에게 연락했습니까?”
“아니요.”
이처럼 대답의 범위가 비교적 분명한 것이 닫힌 질문이다. 반면 “고객과 대화하면서 어떤 점을 발견했습니까?”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설명해야 한다.
그렇다고 닫힌 질문이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는 오히려 닫힌 질문이 필요한 순간이 많다. 보고서를 제출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보고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물을 이유는 없다. 상담에서도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할 때는 직접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닫힌 질문은 확인할 때 유용하다. 문제는 확인해야 할 때와 이해해야 할 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오늘 학교 잘 다녀왔어?”
“응.”
“별일 없었어?”
“응.”
부모는 두 번이나 물었다. 그런데 아이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거의 없다.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오늘 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뭐였어?”
“오늘 기분이 제일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어?”
“오늘 다시 돌아간다면 다르게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아이가 반드시 긴 이야기를 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몰라”라고 할 수도 있다. 열린 질문이라고 사람의 마음이 자동으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차이는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긴다.
성경에서도 이런 질문을 만날 수 있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사람들이 자신을 누구라고 하는지 묻는다. 제자들은 세례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나 선지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때 예수가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대답한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흥미로운 것은 질문의 형태다. 예수가 만약 “너희는 내가 그리스도라고 믿느냐?”라고 물었다면 어땠을까. 제자들은 “예”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묻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졌다.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했다. 나는 열린 질문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에게 내가 알고 있는 답을 확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생각이 밖으로 나오게 한다.
상담실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남편에게 화가 났습니까?”
“네.”
여기까지도 필요한 대화다. 그러나 내담자가 무엇을 경험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한 번 더 들어갈 필요가 있다.
“그때 남편의 어떤 말이 가장 마음에 남았습니까?”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습니까?”
“그 순간 남편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습니까?”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열린 질문은 상대방에게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대답하는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발견하게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이런 질문보다 닫힌 질문을 더 자주 할까. 빠르기 때문이다. 확인하기 쉽고 대화를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때로는 질문하는 사람에게 이미 답이 있기 때문이다.
“내 말이 맞지?”
“그 사람이 잘못한 것 아니야?”
“이 방법이 제일 좋지 않습니까?”
모두 질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들어올 공간은 좁다. 더 조심해야 할 질문도 있다.
“왜 그렇게밖에 못했습니까?” 형식만 보면 열린 질문이다. ‘왜’라고 물었으니 상대가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질문보다 질책으로 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열린 질문은 ‘왜, 무엇, 어떻게’ 같은 단어를 붙인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열린 질문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들을 준비가 들어 있어야 한다. 직원이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 “그건 아니고요”라고 바로 막아버린다면 아무리 좋은 질문을 해도 대화는 닫힌다.
상담자가 질문을 던져놓고 자신이 세운 가설에 맞는 대답만 찾는다면 그것도 열린 질문이라고 하기 어렵다. 부모가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놓고 아이가 말하자마자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라고 한다면 다음부터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질문은 열었지만 듣는 사람이 닫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질문은 질문하는 방법보다 먼저 듣는 태도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직장에서도 한번 바꾸어볼 수 있다.
“문제없죠?”
대신,
“이 계획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제 의견에 동의하시죠?”
대신,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왜 이것밖에 못했습니까?”
대신,
“진행하면서 예상과 달랐던 것은 무엇입니까?”
질문 몇 마디가 조직문화를 바꾼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질문이 반복되면 적어도 다른 생각이 들어올 수 있는 자리는 만들어진다.
AI에게도 우리는 닫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내 계획이 좋은 계획이지?”
“이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지?”
내 생각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면 그에 맞는 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이 계획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보이는가?”
“내가 놓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이 계획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질문을 할까?”
“내가 세운 전제 가운데 다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AI에게 더 많은 답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열린 질문을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특별한 대화 기술이라고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열린 질문은 나에게도 문을 연다. 내가 몰랐던 직원의 생각이 들어오고, 자녀가 경험한 하루가 들어오고, 내담자가 미처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들어온다. 때로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도 그 문을 통해 들어온다.
닫힌 질문이 필요한 순간에는 닫아야 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문을 조금 더 열어두어야 한다.
그때 필요한 질문은 의외로 단순하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때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무엇이 가장 어려웠습니까?”
“제가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있습니까?”
그리고 질문을 던진 뒤에는 기다려야 한다.
좋은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멋진 질문 문장을 만드는 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 내가 아직 모르는 답을 들을 준비를 하는 것.
어쩌면 열린 질문은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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