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3. 10:35ㆍ인공지능과 함께 걸어가다
[AI로 창업하기 04] AI 공부를 줄이고, 첫 홍보 영상을 완성했다
모든 도구를 배우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내 사업에 필요한 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 개의 창을 열었는데, 완성한 것은 없었다
밤 열한 시 사십 분. 김 부장은 인터넷 창을 하나씩 닫다가 손을 멈췄다. 화면 위쪽에는 작은 탭이 빼곡했다. 음악을 만들어준다는 서비스, 사진을 움직이게 하는 서비스, 문장만 입력하면 광고 영상을 만든다는 서비스가 줄지어 열려 있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올릴 제품 안내 영상 하나를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방법을 찾아보다가 새로운 도구를 발견했고, 사용법을 설명하는 영상을 보다가 또 다른 서비스를 알게 됐다. 어느새 무엇을 만들려고 했는지보다 어떤 AI가 더 좋은지가 궁금해졌다.
두 시간이 지났다. 저장해 둔 강의는 늘었고, 가입한 서비스도 생겼다. 하지만 편집한 영상은 없었다. 책상 한쪽에 놓아둔 머그잔은 저녁에 놓았던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오늘도 준비만 했네.”
김 부장은 혼잣말을 하며 수첩을 펼쳤다. 이번 주 목표는 분명했다. 제품을 선택할 때 확인할 내용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지난번 고객에게 보여줬던 비교 화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고 싶었다. 손잡이를 실제로 잡는 모습이나 제품의 크기는 움직이는 장면으로 보여주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다.
그런데 영상을 만들려다 영상 도구를 구경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기능을 볼 때마다 지금 익혀두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음악까지 직접 만들 수 있다니 놀라웠고, 사진 한 장이 영화 같은 장면으로 바뀌는 모습도 신기했다.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었다. 금요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면 먼저 자료를 모으고 목차를 정했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발견했다고 제출할 문서를 미뤄두지는 않았다. 그런데 자신의 사업을 준비할 때는 마감도, 완성 기준도 느슨했다. 배우는 일이 실제 일을 대신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쉬웠다.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불안도 있었다. 김 부장은 AI를 활용해 창업하려면 다른 사람만큼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영상과 음악을 동시에 만들고, 누군가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콘텐츠를 올린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이 완성한 소개문 몇 장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어떤 조건에서 작업하는지까지 아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결과물과도 다를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다른 사람의 작업 속도를 기준으로 삼느라 정작 자신의 고객과 약속을 뒤로 밀고 있었다.
그는 수첩에 적어둔 문장을 다시 읽었다.
‘고객이 제품을 고를 때 놓치기 쉬운 조건을 알려준다.’
이 목적을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웅장한 음악일까. 빠르게 회전하는 제품 영상일까. 멋진 광고 모델일까. 김 부장은 책상 위 머그잔을 들어봤다. 고객이 궁금해했던 것은 무게와 손잡이, 사용과 관리의 편리함이었다. 그 내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일이 먼저였다.
오랫동안 제품을 설명해 온 자신에게는 이미 말할 내용이 있었다. 부족한 것은 그 설명을 짧게 구성하고, 촬영한 장면을 정리하고, 자막을 붙여 완성하는 방법이었다. 지금 배울 범위도 거기에서 정하면 됐다.
김 부장은 새 페이지에 제목을 적었다.
‘배워두면 좋을 AI.’
잠시 보더니 줄을 긋고 다시 썼다.
‘이번 주에 끝낼 결과물.’
그 아래에는 영상 한 편, 썸네일 한 장, 블로그 소개글 하나를 적었다. 그동안 열어봤던 서비스의 수에 비하면 단출한 목록이었다. 그러나 각각 무엇을 완성해야 하는지 눈앞에 그려졌다.
AI를 많이 안다는 느낌과 사업에 필요한 일을 끝냈다는 사실은 달랐다. 김 부장은 오늘 필요한 일을 하다가 막힌 부분부터 배우기로 했다. 새 도구를 발견하면 바로 가입하기 전에 물어보기로 했다.
“이 기능이 없어서 지금 하려는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가?”
답이 아니라면 나중에 살펴볼 목록에 남겨두면 됐다. 모르는 도구가 있다는 사실이 오늘 해야 할 일을 멈출 이유는 아니었다.
그날 밤 김 부장은 탭 대부분을 닫았다. 화면이 단순해지자 할 일이 오히려 분명해졌다. 먼저 첫 영상에서 꼭 알려줄 세 가지를 적어보기로 했다.
전단지와 보고서, 영상에는 서로 다른 도움이 필요했다
다음 날 김 부장은 곧바로 영상 생성 서비스를 켜지 않았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결과물부터 종이에 적었다. 고객에게 건넬 전단지, 협업을 제안할 자료, 사업설명용 발표자료, 블로그 글과 이미지, 유튜브 영상이었다.
모두 홍보와 설명에 쓰이지만 같은 형태로 만들 수는 없었다. 전단지는 한눈에 핵심을 알아볼 수 있어야 했고, 사업보고서는 판단할 근거가 정리돼야 했다. 발표자료는 말로 설명할 흐름이 필요했고, 영상은 장면과 소리가 함께 전달돼야 했다.
김 부장은 작업마다 어디에서 막히는지 옆에 적었다. 전단지는 배치와 글자 크기, 보고서는 자료 정리와 논리, 발표자료는 내용의 순서, 영상은 편집과 자막이었다. 이렇게 나누니 도구를 찾을 기준이 생겼다.
전단지와 썸네일은 캔바를 먼저 살펴봤다. 템플릿을 바탕으로 직접 편집할 수 있고, AI 디자인 기능을 활용해 전단지와 발표자료, 소셜미디어 이미지 등의 초안을 구성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처음부터 복잡한 디자인을 만들기보다 제목과 제품 사진, 고객에게 전할 한 가지 내용을 배치해 보기로 했다.
사업보고서에서는 디자인보다 자료가 먼저였다. 이미 사용하던 챗GPT로 목차와 초안을 정리하고, 조사 도구로 확인한 자료와 자신의 판단을 구분해 넣는 방식이면 출발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보고서 전용 AI’를 새로 찾기 전에 기존 도구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숫자와 근거를 검토하고 최종 문서 형식을 다듬는 일도 작업에 포함했다.
발표자료 후보로는 감마가 눈에 들어왔다. 감마는 주제나 개요, 파일을 바탕으로 발표자료와 문서, 웹페이지 등을 구성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다만 보기 좋은 슬라이드가 생겼다고 발표의 내용까지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제안할지 먼저 정리한 뒤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데 활용할 생각이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도 역할을 나누어 적용할 수 있었다. 소개글과 자주 묻는 질문은 텍스트 AI로 초안을 만들고, 이미지와 배너는 디자인 도구로 준비하면 됐다. 간단한 소개 페이지를 구성하는 기능이 있는 서비스도 후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제나 회원 관리까지 필요한 사이트와 소개용 페이지는 요구사항이 다르므로, 자신이 필요한 범위를 먼저 정해야 했다.
영상에서는 ‘생성’과 ‘편집’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런웨이는 텍스트나 이미지를 바탕으로 영상을 생성하는 기능을 제공했다. 원하는 움직임과 장면을 설명해 짧은 영상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촬영하기 어려운 도입 장면이나 분위기를 전달하는 보조 장면을 구상할 때 후보가 됐다.
루마의 드림머신도 살펴봤다. 이미지에서 영상을 만들거나 기존 영상을 변형하는 작업에 활용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이를 ‘모션그래픽을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이해하기보다, 영상의 움직임과 표현을 생성하고 바꾸는 도구로 받아들였다. 정확한 글자와 도형의 움직임이 중요한 작업이라면 편집 도구의 기능도 함께 살펴야 했다.
촬영한 영상을 자막과 함께 정리하는 일에는 브루가 후보였다. 브루는 영상과 음성의 내용을 텍스트로 옮기고 자동 자막을 만드는 기능을 제공한다. 김 부장에게는 이 기능이 첫 영상의 완성에 더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자동으로 만들어진 자막도 제품명과 숫자, 실제로 말한 내용이 맞는지 확인할 생각이었다.
수노는 음악을 만드는 선택지였다. 영상의 분위기에 맞는 배경음악을 구상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다만 홍보에 사용할 때는 생성과 다운로드, 이용하려는 방식에 적용되는 조건을 확인해야 했다. 수노의 공식 안내에서도 개인용 체험 다운로드와 상업적 사용 조건을 구분하고 있었다.
도구의 쓰임을 정리하고 나니 전부 동시에 배울 이유가 없었다. 전단지가 급한 사람은 디자인 작업부터, 보고서가 급한 사람은 자료와 문서 구성부터 익히면 됐다. 영상이 필요해도 직접 촬영한 장면에 자막을 붙이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었다. 음악은 설명을 더 잘 전달하는 데 필요할 때 추가하면 됐다.
김 부장은 후보 목록 옆에 작은 표시를 했다. ‘지금 사용’, ‘필요하면 시험’, ‘나중에 검토’였다. 첫 영상에는 이미 익힌 텍스트 AI와 자막 편집 도구, 썸네일을 만들 디자인 도구를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 영상 생성 도구와 음악 생성 도구는 부족한 장면이나 소리가 분명해졌을 때 시험할 생각이었다.
도구를 고른다는 것은 좋은 서비스를 많이 모으는 일과 달랐다. 자신이 끝내야 할 작업을 기준으로 지금 배울 범위를 정하는 일이었다. 김 부장에게는 그 선택이야말로 창업 준비에 필요한 새로운 업무 능력처럼 느껴졌다.
김 부장의 첫 영상은 머그잔을 잡는 손에서 시작됐다
첫 영상의 주제는 ‘머그잔을 고를 때 확인할 세 가지’로 정했다. 거창한 브랜드 소개는 뒤로 미뤘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때 실제로 궁금해했던 내용을 짧게 설명해 보고 싶었다.
김 부장은 챗GPT에 그동안 정리한 질문과 제품 정보를 건넸다. 그리고 요청했다.
“생활용품을 고르는 중장년 고객에게 보여줄 짧은 영상이야. 손잡이의 공간, 제품의 무게, 세척할 때 확인할 점을 설명하고 싶어. 확인되지 않은 장점은 추가하지 말고, 내가 직접 보여줘야 할 장면과 말로 설명할 내용을 나눠서 초안을 작성해 줘.”
초안을 읽자 자신이 평소 고객에게 하던 말이 떠올랐다. 문장을 그대로 읽으려니 조금 딱딱한 부분도 있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 편한 표현으로 고쳤다. “인체공학적인 그립감” 같은 말 대신 “손가락이 들어갈 공간을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장을 골랐다.
장면도 세 개로 줄였다. 손잡이를 잡는 모습, 저울로 무게를 확인하는 모습, 안쪽과 바닥을 살펴보는 모습이었다. 실제 제품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장면은 직접 촬영하기로 했다. 생성 영상에서 제품의 형태가 달라지거나 실제와 다른 특징이 보이면 고객에게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은 생각보다 어색했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설명하던 내용인데 녹화 버튼을 누르자 목소리가 굳었다. 손이 화면 밖으로 나가기도 했고, 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어가기도 했다. 김 부장은 몇 번 웃고 다시 찍었다. AI가 있어도 제품을 보여줄 위치와 말하는 속도는 직접 조정해야 했다.
다시 촬영하기 전에 대본을 줄였다. 한 장면에서 한 가지만 말하기로 했다. 손잡이를 보여주면서 세척 방법까지 설명하려다 보니 말과 화면이 어긋났다. 보여주는 내용과 말하는 내용을 맞추자 촬영도 한결 수월해졌다.
영상 파일을 편집 도구에 넣고 자막 초안을 만들었다. 자신의 말이 화면 아래 글자로 나타나는 모습은 신기했다. 그러나 자동 자막을 읽어보니 제품을 가리키는 표현이 잘못 옮겨진 부분이 있었다. 숫자도 원본과 대조했다. 문장을 짧게 나누고 화면을 가리지 않는 위치에 놓았다.
음악 없이 재생해 보니 설명은 잘 들렸다. 다만 도입부가 조금 급하게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김 부장은 여기서야 배경음악을 검토했다. 음악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이유가 아니라, 자신이 만든 영상에 어떤 소리가 필요한지 생각한 뒤였다.
수노에서 시험할 음악의 방향도 구체적으로 적었다. 보컬이 없는 잔잔한 연주, 설명을 방해하지 않는 분위기, 강한 타악기와 큰 변화가 적은 구성이었다. 유명한 곡이나 특정 가수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방식보다 자신의 영상에 필요한 조건을 설명했다. 실제 홍보용으로 사용할 파일은 적용되는 이용 조건을 확인해 준비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생겼어도 그대로 크게 넣지는 않았다. 내레이션과 함께 재생하며 음량을 낮췄다. 음악만 들을 때 좋았던 부분이 설명과 겹치자 산만하게 느껴졌다. 김 부장은 헤드폰을 벗고 휴대전화 스피커로도 들어봤다. 시청자가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만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영상 생성 도구도 작은 범위에서 시험했다. 런웨이에 짧은 도입 장면을 요청해 움직임을 살펴봤다. 드림머신의 예시와 기능도 검토했지만, 같은 장면을 위해 두 서비스를 모두 익히지는 않기로 했다. 필요한 장면이 이미 준비됐다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처음 시도한 생성 장면은 분위기가 좋았지만 정작 중요한 설명과 연결이 약했다. 김 부장은 아쉬웠지만 첫 영상에서는 빼기로 했다. 시간을 들여 만든 장면이라고 반드시 넣을 필요는 없었다. 제품을 잡는 자신의 손으로 바로 시작하는 편이 주제에 더 잘 맞았다.
다음은 썸네일이었다. 캔바에서 직접 촬영한 장면을 바탕으로 시안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강조 문구를 여러 개 넣었지만 휴대전화에서 보니 복잡했다. ‘머그잔, 디자인만 보고 고르셨나요?’라는 질문과 손잡이를 잡는 장면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본문에서 다루지 않는 성능이나 과장된 효과는 넣지 않았다.
블로그 글도 영상의 대본을 그대로 붙이지는 않았다. 글에서는 각 조건을 조금 더 설명하고, 실제 제품별로 확인할 정보가 다를 수 있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홈페이지에는 영상과 함께 짧은 안내를 배치할 생각이었다. 한 번 정리한 내용을 매체에 맞게 바꾸어 쓰는 방식이었다.
완성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했다. 음악보다 설명이 잘 들리는지, 자막이 너무 빨리 사라지지는 않는지, 화면 속 제품과 설명이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파일을 만들어두는 것과 고객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완성하는 일 사이에는 이 과정이 남아 있었다.
김 부장은 유튜브 업로드 화면에 파일을 올렸다. 공개 전 검토할 초안이었지만, 제목과 썸네일 옆에 자신의 영상이 놓인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났다.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했을 때와는 다른 만족감이었다.
그가 이번에 배운 기능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능들은 하나의 결과물 안에서 실제로 쓰였다.
배운 도구의 수보다, 고객에게 전한 도움이 남았다
김 부장은 영상 한 편을 만들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어려워했는지 조금 알게 됐다. 처음에는 기술을 몰라서 못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익혀야 할 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어디까지 만들면 되는지 정하지 못한 채 계속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다녔다는 점이었다.
좋은 예시를 볼 때마다 자신의 결과물이 부족해 보였다. 음악을 더하고, 움직임을 넣고, 장면을 바꾸면 나아질 것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고객에게 필요한 설명보다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졌다.
첫 영상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그 순서를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손잡이의 공간을 설명할 때는 직접 잡는 장면이 필요했다. 숫자를 전달할 때는 정확한 자막이 중요했다. 소리는 설명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정리하면 됐다. 필요한 표현을 정하니 도구의 역할도 분명해졌다.
그는 자신의 아날로그 경험이 영상 기획의 바탕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고객이 자주 물었던 내용,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였던 순간, 제품을 잘못 선택해 아쉬워했던 이유가 주제를 만들어줬다. AI는 그 내용을 대본과 자막, 이미지와 소리로 옮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만약 자신의 경험을 꺼내지 않은 채 ‘잘 팔리는 제품 광고를 만들어줘’라고만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멋진 문장과 장면을 얻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왜 이 내용을 설명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흐릿했을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다음 영상을 만들기 전에 간단한 작업 기록을 남겼다. 대본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 촬영에서 다시 한 부분, 자막을 수정한 내용, 쓰지 않은 장면을 적었다. 도구 사용료뿐 아니라 재생성과 수정에 쓴 시간도 살펴보기로 했다.
첫 작업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실패라고 보지는 않았다. 다음에 재사용할 대본의 형식이 생겼고, 촬영할 위치와 자막 크기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실제로 도움이 된 기능을 확인했다. 다음 작업에서 어디부터 시작할지 알게 된 것이었다.
반대로 당분간 더 공부하지 않아도 될 부분도 보였다. 복잡한 장면 전환과 화려한 효과는 첫 콘텐츠의 핵심이 아니었다. 음악을 여러 곡 만드는 일보다 이미 준비한 곡의 음량을 맞추는 것이 급했다. 새 영상 도구를 익히는 일보다 아직 수정하지 않은 자막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직장에서 일할 때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고서 제출이 내일이라면 근거를 확인하고 내용을 완성해야 한다. 발표가 예정돼 있다면 청중이 이해할 순서와 설명할 문장을 준비해야 한다. 도구 탐색이 그 마감을 밀어내기 시작했다면 다시 업무의 목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살펴보는 시간이 모두 낭비인 것은 아니었다. 지금 몰랐던 방법을 알게 되면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다만 탐색 시간과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을 구분하기로 했다. 작업 도중 흥미로운 도구를 발견하면 주소를 저장하고, 정해둔 시간에 살펴보면 됐다.
구독을 늘릴 때도 같은 기준을 쓰기로 했다. 한 번 써보고 싶은 기능인지, 반복해서 필요한 기능인지 구분했다. 지금 쓰는 도구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추가 비용과 배울 시간을 비교하기로 했다. 사람마다 업무와 익숙한 방식이 다르니 다른 사람의 조합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도 없었다.
공개 전 영상을 보여준 사람들의 반응도 기록할 생각이었다. 어떤 설명이 도움이 됐는지, 더 보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조회수가 늘었는지만 보기보다 실제 고객의 이해와 문의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사업에 쓸 수 있는 판단이 될 것 같았다.
영상이 사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고객에게 닿지 않을 수 있고, 관심을 받아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김 부장은 첫 영상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걸기보다 다음 내용을 결정할 반응을 얻고 싶었다.
그의 수첩에는 다음 주에 만들 후보가 두 개 적혔다. 선물용 제품을 고를 때 확인할 것, 제품을 오래 사용하기 위한 기본 관리법이었다. 예전 같으면 여기에 새로운 도구 이름부터 덧붙였을 것이다. 이번에는 고객에게 보여줘야 할 장면을 먼저 적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짧게 썼다.
‘막히는 부분에 필요한 기능을 배운다.’
그 말은 공부를 그만하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배운 것을 자신의 일과 연결하며 익히겠다는 뜻이었다. 오늘 완성할 전단지가 있다면 전단지에 필요한 기능을, 설명할 사업이 있다면 발표자료에 필요한 기능을 배우면 됐다. 영상과 음악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부터 생각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은 노트북 옆에 놓인 머그잔을 치웠다. 오늘은 촬영용 소품의 역할을 마쳤다. 화면에는 검토를 기다리는 영상 초안이 있었고, 수첩에는 다음에 확인할 질문이 남아 있었다.
모든 AI를 익히지 않았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결과물은 무엇인가. 전단지 한 장인가, 사업보고서인가, 설명할 발표자료인가, 고객에게 보여줄 영상 한 편인가.
그것부터 정해보자.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AI를 불러보자. 김 부장의 첫 영상은 새로운 도구를 더 찾아서 완성된 것이 아니었다. 필요한 도구를 고르고, 고객에게 전할 내용을 끝까지 다듬으면서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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