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창업하기 02] 김 부장은 AI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2026. 10. 22. 11:28ㆍ인공지능과 함께 걸어가다

[AI로 창업하기 02] 김 부장은 AI에게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필요할 때 묻는 도구에서, 역할을 정해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혼자 창업한다는 것은, 모든 일을 혼자 해야 한다는 뜻일까

김 부장은 상품 소개문을 고치다가 시계를 봤다. 어느새 밤 열한 시가 넘었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은 뒤 노트북을 켰으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난 셈이었다. 화면에는 제법 그럴듯한 문장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막막했던 일이었다. AI에게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을 수정해 달라고 하자 소개문 한 장이 완성됐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을 적어둔 수첩을 펼치는 순간, 만족감이 조금 가라앉았다. 상품 사진 준비, 고객 질문 정리, 경쟁 상품 조사, 판매 제안서 작성. 소개문 하나를 끝냈을 뿐인데 아직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았다.

“글 하나는 만들었는데, 나머지는 언제 하지?”

지난번에는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 시작을 매일 이어가는 일이 걱정됐다. 회사에서는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면 담당자들과 나누었다. 기획 담당에게 자료를 부탁하고, 디자인 담당에게 시안을 요청하고, 회의가 끝나면 누군가 정리한 기록을 받아봤다. 자기 사업에서는 그 모든 요청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 같았다.

처음 AI를 사용할 때 김 부장은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질문했다. 상품 설명이 필요하면 설명을 부탁했고, 제목이 생각나지 않으면 제목을 추천받았다. 도움은 됐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자신의 상황을 다시 설명하고, 결과물을 고치고, 다음 일을 찾아 요청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편리한 도구가 생겼는데도 자신이 계속 바쁘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그는 회사에서 후배에게 일을 맡기던 장면을 떠올렸다. 후배가 일을 잘하려면 “이것 좀 알아봐”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왜 조사하는지, 누구에게 보고할 것인지,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알려줘야 했다. 처음에는 설명하는 데 시간이 들었지만, 기준을 함께 정리하고 나면 다음 작업은 수월해졌다.

‘AI에게도 그 정도 설명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김 부장은 자신이 그동안 AI에게 일을 맡겼다기보다 질문만 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의 앞뒤 맥락은 자기 머릿속에 둔 채, 중간에 필요한 문장 몇 개를 부탁했던 것이다. 결과물이 기대와 다르면 AI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을 기대하는지 제대로 전달했는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그는 수첩의 제목을 바꿨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적었던 자리 아래에 ‘AI에게 먼저 맡겨볼 일’을 덧붙였다. 고객이 자주 묻는 질문을 묶는 일, 제품 정보를 일정한 형식으로 정리하는 일, 설명문의 초안을 작성하는 일부터 적었다. 최종 가격 결정과 고객에게 할 약속은 자신의 칸에 남겨두었다.

목록을 나누고 보니 해야 할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모든 작업을 같은 무게로 끌어안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였다.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작성할 필요가 없는 일도 있었고, 초안을 받아 검토하는 편이 나은 일도 있었다. 경험과 판단을 집중해야 할 부분도 조금씩 구분됐다.

그제야 ‘AI 직원’이라는 표현이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월급을 주는 사람과 똑같다는 뜻은 아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업을 알아서 운영해 준다는 말도 아니었다. 일정한 역할을 정하고, 필요한 자료와 기준을 제공하고, 결과를 확인하며 반복해서 활용하는 방식이라면 이해할 수 있었다.

김 부장이 원했던 것은 사람을 한 명도 쓰지 않는 회사가 아니었다. 아직 사람을 채용하기 어려운 준비 단계에서도 필요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주문이 들어오기 전부터 큰 고정비를 감당하지 않으면서, 고객에게 보여줄 수준의 결과물을 꾸준히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질문도 달라졌다. “AI로 무엇을 할 수 있지?”라는 물음 옆에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내 사업에서 AI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앞으로 배우고 싶은 기술의 목록보다 구체적이었다. 김 부장은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싶었고, 제품의 장점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었으며, 준비한 자료를 제때 완성하고 싶었다. 도구의 기능을 모두 아는 것보다, 그 일을 함께 처리할 방법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노트북을 닫기 전, 그는 내일 할 일을 하나 정했다. 제품 세 개의 정보를 같은 형식으로 정리해 보는 것이었다. 작은 작업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문장 하나를 부탁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에도 반복할 수 있는 업무 방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을 잘 맡기려면, 먼저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 알아야 했다

다음 날 저녁, 김 부장은 제품 정보를 모아 AI에게 건넸다. 요청은 짧았다.

“이 상품들을 분석해서 판매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줘.”

잠시 뒤 보고서가 나왔다. 제목도 있었고 표도 있었다. 고객 분석과 홍보 전략까지 갖췄다. 첫인상은 훌륭했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보니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제공하지 않은 고객 특성이 들어 있었고, 제품의 장점도 일반적인 표현이 많았다. ‘높은 성장 가능성’이라는 문장은 무엇을 근거로 썼는지 알 수 없었다.

회사에서 이런 보고서를 받았다면 김 부장은 바로 물었을 것이다. “이 판단의 근거는 어디 있나요?” AI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자 확인이 필요한 추정이 드러났다. 보기 좋은 보고서를 받은 것과 판단에 쓸 수 있는 보고서를 받은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는 요청을 다시 작성했다. 이번에는 제품별 가격과 재질, 크기,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용상의 특징을 구분해 적었다. 보고서의 목적도 덧붙였다. 대규모 시장 진출 전략이 아니라, 처음 판매할 상품 하나를 고르기 위한 비교 자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공한 자료에서 확인되는 내용과 추정을 나눠줘. 정보가 없으면 없다고 표시해 줘. 고객에게 추가로 확인할 질문도 정리해 줘.”

두 번째 결과는 첫 번째보다 덜 화려했다. 대신 어디까지 알고 있고 무엇을 더 알아봐야 하는지 보였다. 김 부장은 이 자료라면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보고서의 기준이 조금 분명해진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하던 일을 떠올렸다. 좋은 실무자는 자료를 많이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의사결정자가 무엇을 판단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그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AI에게도 업무의 목적을 알려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모든 데이터를 순식간에 이해하고 완벽한 결론을 내린다고 기대하면 실망하기 쉬웠다. 다룰 수 있는 자료의 범위와 품질 안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지 정해야 했다.

디자인 작업도 비슷했다. 김 부장은 머그잔 사진을 바탕으로 홍보 이미지 시안을 만들어봤다. 따뜻한 주방과 사무실 책상, 선물 포장 장면까지 여러 분위기를 비교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말로 설명하며 기다렸을 시안을 직접 살펴보게 된 점은 분명 편리했다.

그런데 한 이미지에서는 손잡이 모양이 달라져 있었다. 다른 이미지에서는 컵이 실제보다 커 보였다. 김 부장은 화면 속 이미지와 책상 위 실물을 번갈아 봤다. 보기 좋은 장면을 만드는 능력과 실제 상품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일 사이에는 확인 과정이 필요했다. 판매용으로 사용할 이미지라면 그 과정까지 업무에 포함해야 했다.

회의자료를 정리할 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적절한 도구와 변환 과정을 이용하면 녹음한 내용을 텍스트로 옮기고, 요약문이나 발표자료의 초안을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들린 이름과 숫자, 논의만 했던 사항을 결정된 일처럼 정리한 부분이 있다면 사람이 바로잡아야 한다. 자료를 입력하기 전에는 녹음과 외부 서비스 이용이 허용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거치면서 김 부장은 생산성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했다. 초안이 빠르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일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자료를 준비하고,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가 중요했다.

그럼에도 변화는 분명했다. 혼자 빈 문서를 채우던 시간의 일부를 검토와 판단에 쓸 수 있었다. 방향이 다른 초안을 여러 개 비교하고, 고객에게 맞는 표현을 고를 수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할 때보다 업무를 구체적으로 다룰 여지가 커졌다.

김 부장은 예전에 들었던 비용 절감 이야기도 이렇게 이해하게 됐다. 외주로 수백만 원이 들던 작업의 일부를 적은 도구 사용료로 시도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의 기획과 촬영, 수정과 검수까지 포함된 서비스와 도구 사용료만을 같은 것으로 계산해서는 곤란했다. 자신이 들인 시간과 최종 품질도 함께 봐야 했다.

그가 정말 원한 것은 가장 싼 결과물이 아니었다.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시간 안에서 완성하는 일이었다. AI를 잘 활용하면 그 가능성을 넓힐 수 있었다. 절약한 비용은 그 과정에서 따라오는 성과였고, 확보한 시간은 고객을 만나는 데 다시 쓸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수첩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빠르게 만드는 것에서 끝내지 말고, 사용할 수 있게 완성하자.”

그 문장은 앞으로 AI에게 일을 맡길 때 자신이 지켜야 할 기준이 됐다.

 

김 부장은 AI에게 맡길 업무의 기준을 적기 시작했다

며칠 뒤, 김 부장은 평소처럼 채팅창부터 열지 않았다. 먼저 빈 문서를 펼쳤다. 제목은 ‘상품 설명 담당’이었다. AI를 직원처럼 활용해 보고 싶다면, 그 직원에게 어떤 일을 맡길지 자신부터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적은 문장은 간단했다. ‘제품 정보를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이어서 대상 고객을 썼다. 제품 선택과 사용법을 자세히 안내받고 싶은 중장년 고객이었다. 그다음에는 지켜야 할 기준을 적었다. 어려운 표현은 풀어 쓰고, 없는 기능을 추가하지 않으며, 주관적인 칭찬보다 실제 특징을 먼저 설명하도록 했다.

원하는 결과물의 순서도 정했다. 고객이 겪을 만한 불편으로 시작하고, 그 불편과 관련된 제품의 특징을 설명한 뒤, 사용법과 확인할 사항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정보가 부족하면 문장을 완성하기 전에 질문해 달라는 요청도 넣었다.

김 부장은 문서를 읽으며 웃었다. 회사에서 업무를 인계할 때 만들던 자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을 할지, 누구를 위해 할지, 어떤 자료를 참고할지, 무엇을 조심할지 적고 있었다. 낯선 프롬프트라는 말 때문에 어렵게 느꼈지만, 출발점은 자신이 익숙한 업무 설명에 가까웠다.

그는 이 기준을 활용해 상품 설명문을 다시 만들었다.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았다. 문장이 길어지면 짧게 나눠 달라고 했고, 과장된 표현이 나오면 해당 문장을 예로 들며 수정 이유를 설명했다. 잘 맞았던 요청은 남겨두고, 반복되는 문제는 기준에 추가했다.

이렇게 정리한 지침은 다음 제품을 설명할 때도 활용할 수 있었다. 서비스가 지원하는 범위에서는 맞춤형 AI나 저장된 지침으로 반복 업무를 구성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었다. 다만 이름을 붙여 저장했다고 자신이 확인하지 않은 사실까지 알아서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일은 계속 남았다.

김 부장은 두 번째 역할로 ‘조사 보조’를 정했다. 여기에는 더 엄격한 기준을 적었다. 확인 가능한 출처와 자료의 시점을 표시하고, 찾지 못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고 말하도록 했다. 실제 자료를 조회할 수 있는 도구인지부터 구분해야 했다. 단순히 글을 생성하는 답변을 최신 조사 결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됐다.

세 번째 역할은 ‘회의 정리’였다. 이 역할에는 논의 내용, 결정 사항, 미결 사항, 후속 조치를 구분하도록 요청했다. 담당자와 기한이 명확하지 않으면 임의로 채우지 않도록 했다. 나중에 확인할 때 무엇을 다시 물어야 하는지 보이는 기록을 원했기 때문이다.

역할을 정리하자 다음 과제가 보였다. 각각의 결과물을 어떻게 이어서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고객과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면, 그중 제품 설명에 반영할 요구를 골라야 했다. 조사 자료에서 참고할 내용을 찾았다면, 출처를 확인하고 자신의 제안에 맞게 구성해야 했다. 연결 지점마다 김 부장의 판단이 들어갔다.

그는 한 번의 대화에서 모든 작업을 끝내려던 습관도 바꿨다. 먼저 자료를 정리하고,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한 다음, 초안을 작성하고, 마지막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검토했다. 단계가 나뉘니 어디에서 결과가 어긋났는지 찾기가 쉬웠다. 입력 자료가 부족한 문제와 문장의 표현이 어색한 문제를 따로 고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완성한 소개문을 다시 보여주며 이렇게 요청했다.

“처음 보는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찾아줘. 구매 전에 추가로 확인하고 싶을 질문도 적어줘.”

AI가 제안한 질문 중에는 이미 답한 것도 있었고, 김 부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는 모두 반영하지는 않았다. 실제 상품과 고객을 떠올리며 필요한 질문을 골랐다. AI의 역할이 초안 작성에서 검토 보조까지 넓어지고 있었다.

작업이 끝나면 시간도 기록했다. 자료 준비, 초안 작성, 확인과 수정에 걸린 시간을 나누어 적었다. 처음에는 이 기록 자체가 번거로웠지만 몇 차례 반복하자 차이가 보였다. 기준이 정리된 작업은 수월해졌고, 정보가 부족한 작업은 여전히 오래 걸렸다.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그는 처음으로 외주와 직접 작업의 경계를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AI로 초안을 만들어도 자신의 검토 능력을 넘어서는 결과물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반대로 이미 기준을 알고 반복해서 처리하는 문서 작업은 직접 맡겨보며 개선할 수 있었다. 모든 일을 한 방식으로 처리할 이유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김 부장의 업무도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문장을 쓰는 시간은 줄고, 필요한 자료를 고르고 결과물을 판단하는 시간이 늘었다. 처음에는 설명과 검토가 귀찮게 느껴졌지만, 그것이 바로 일을 맡기는 사람이 해야 할 중요한 부분임을 이해하게 됐다.

그는 ‘AI 직원’이라고 써놓은 문서의 첫 줄에 새로운 문장을 덧붙였다.

“역할을 분명히 정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진다.”

이 기준이 생기자 AI를 활용하는 일이 전보다 덜 막막했다. 어떤 도구를 새로 만나더라도 먼저 맡길 업무와 확인할 기준을 생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비용을 아낀 다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한 달쯤 지나 김 부장은 처음 작성했던 상품 소개문을 다시 열었다. 지금 보니 고치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제품의 장점은 적혀 있었지만 고객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로 하는지는 흐릿했다. 사용법도 충분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한 장을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했는데, 이제는 결과물을 보는 기준이 달라져 있었다.

그사이 만들어본 자료도 늘었다. 제품 비교표, 고객 질문 목록, 설명문 초안, 제안서의 기본 구성이 폴더에 쌓였다. 모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성품은 아니었지만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매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변화였다.

주말에는 잠재 고객 몇 사람에게 제품과 설명자료를 보여줬다. 예상과 다른 질문이 나왔다. 그는 디자인의 차이를 자세히 설명했지만, 상대는 세척이 쉬운지부터 물었다. 다른 사람은 선물로 보낼 때 깨지지 않게 포장되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화면 앞에서는 알 수 없었던 반응이었다.

김 부장은 그날 저녁 대화 내용을 정리했다.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은 빼고, 어떤 질문이 반복됐는지 살펴봤다. AI에게는 질문을 주제별로 묶고 설명자료에서 빠진 항목을 찾는 일을 맡겼다. 자신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답을 준비했다. 제품을 다시 씻어보고, 포장 상태를 점검하고, 공급처에 필요한 사항을 물었다.

AI 덕분에 확보한 시간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자료를 더 많이 만드는 데만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고객을 만나고 제품을 확인하는 데 쓰자 설명의 내용 자체가 달라졌다. 만드는 속도와 함께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나아질 수 있었다.

그는 수익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다. 도구를 구독하고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고 매출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안을 하고, 실제로 구매가 이루어지고, 약속한 수준으로 제공해야 했다. 사용료와 작업 시간, 수정과 고객 대응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남는 것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비용 절감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적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다면 여유가 생긴다. 초기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면 반응이 불확실한 상품에 한꺼번에 큰돈을 쓰는 부담도 낮아진다. 김 부장은 그 여유를 다음 시도를 검토할 기회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업의 형태에 대한 생각도 넓어졌다. 처음에는 물건을 골라 판매하는 일만 떠올렸다. 그런데 준비 과정에서 작은 업체들이 상품 정보를 정리하고 고객에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해온 유통 업무와 새로 익힌 작업 방식을 연결할 가능성이 보였다.

물론 그것이 곧 새로운 사업의 성공을 뜻하지는 않았다. 업체들이 실제로 그런 도움을 원하는지, 이미 누구에게 맡기고 있는지, 어느 수준의 결과물에 비용을 지불할지는 확인해야 했다. 김 부장은 AI에게 사업계획서를 길게 써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물어볼 질문부터 정리했다.

“상품 설명자료를 만들 때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외부에 맡겼을 때 수정이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습니까?”

“자료가 완성된 뒤 실제로 어디에 사용하십니까?”

질문을 적다 보니 자신의 경험이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도 선명해졌다. AI로 문장을 만든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제품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고객의 오해를 줄이고, 판매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료로 완성하는 데 자신이 기여할 수 있어야 했다.

김 부장은 이제 도구를 배우는 일과 사업을 준비하는 일을 함께 생각하게 됐다. 업무에서 막힌 부분을 찾고, 그것을 도울 기능을 살펴보고, 작은 결과물로 시험하는 흐름이었다. 필요가 분명해지자 공부할 범위도 줄었다.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알아야 한다는 부담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다.

반대로 경계해야 할 점도 보였다. 편리해 보이는 서비스를 발견할 때마다 구독하면 비용도 쌓였다. 비슷한 결과물을 만드는 도구를 여러 개 써보느라 시간이 지나기도 했다. 그는 다음 달에 필요한 도구를 검토하면서 기능 목록보다 실제로 끝낸 업무와 사용 빈도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필요할 때 질문하는 방식도 여전히 쓸모가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대화하며 생각을 넓혔고, 짧은 문장을 고칠 때는 간단히 요청했다. 반복되는 업무에는 역할과 기준을 정리한 방식을 활용했다. 어느 한쪽을 고집하기보다 일에 맞는 방식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부장에게 중요한 것은 AI를 직원이라고 부르느냐, 도구라고 부르느냐 하는 표현 자체가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분명히 설명하고, 그 결과를 업무에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맡길 수 있는 일은 맡기되 중요한 판단을 놓지 않는 방식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었다.

퇴근 후 책상에 앉는 마음도 달라졌다. 여전히 할 일은 많았고 모르는 것도 많았다. 다만 예전처럼 모든 과제가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늘 직접 판단할 일과 초안을 맡길 일, 고객에게 확인할 일을 나누어 볼 수 있었다.

그는 수첩을 넘기며 다음 제목을 적었다.

‘내 업무에 맞는 AI 도구 찾기.’

이제부터는 글쓰기와 조사, 회의 정리, 디자인, 이미지 작업, 발표자료 작성에 어떤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 차례였다. 기능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고르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준비한 자료를 다룰 수 있는지, 필요한 형식으로 결과를 받을 수 있는지, 검토까지 포함해 일이 수월해지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다음 장에서는 김 부장이 직장에서 익숙하게 해오던 업무를 따라가며, 각각의 일을 도울 AI 도구들을 살펴보려 한다. 그의 첫 질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오늘 내가 끝내야 할 이 일을, 어떤 AI와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