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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출근길
눈 오는 출근길이동현눈이 내린다하얀 세상,창밖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나는 깊은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미끄러운 인도 위,젖은 구두 속 양말이 축축하다버스는 오지 않고지하철도 멈췄다는 알림만휴대폰 화면에 쌓여간다뒤늦게 달려오는 버스 한 대가득 찬 사람들 사이나는 간신히 서 있다서로의 숨결이 김으로 번지고차창 너머,눈 내리는 거리가멀게만 보인다회사에 도착한 나는젖은 바지를 말리며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비로소 오늘을 받아들인다그러다 문득,눈 내리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똑같이 눈을 맞았지만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다오늘의 나는피로와 책임에 젖어 있지만그럼에도 창밖의 눈송이 하나에잠시 잊고 있던 따뜻함을 떠올린다
2025.03.18 -
철원의 겨울
철원의 겨울이동현새벽 다섯 시기상벨 소리에 눈을 비비며젖은 군장과 얼어붙은 삽을 쥔다어둠 속,철원 벌판엔 눈이 쌓이고 있었다하늘은밤새 구멍이라도 난 듯쉼 없이 쏟아낸 눈발목 위로 차오른 하얀 무게숨을 내쉴 때마다입김은 허공에서 얼어붙고손끝은 저려오고발가락마저 무감각해진다삽질을 해도 해도끝나지 않는 눈밭이 눈을 어디까지 치워야동이 틀까젖은 군화 속양말까지 얼어붙은 채눈보라를 뚫고 걷던 그 겨울등 뒤로어둠과 눈발이 따라왔다고요한 적막과쉼 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나는 군인으로하얀 세월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2025.03.18 -
눈 오는 날의 골목
눈 오는 날의 골목이동현눈 내리던 그 골목 끝모두 모여있던 얼굴들손은 빨개지고볼은 얼어붙어도웃음만은 멈추지 않았다“눈싸움하자!”누군가의 외침에눈덩이는 순식간에 날아가고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눈 위를 구르고,누군가는 넘어지고,누군가는 일부러 더 넘어져모두가 배꼽을 쥐고 웃는다코끝 시리던 겨울장갑도 없이뺨 위로 내리던 눈송이마저장난처럼 느껴지던 날그 골목은그때 우리의 세상이었고흰 눈밭은작은 전쟁터이자 놀이터였다이제는 흩어진 얼굴들그때 그 골목 끝에서눈사람 하나를 만들어놓고우리가 또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2025.03.18 -
눈 오는 날, 나를 만나러간다.
눈 오는 날, 나를 만나러간다.이동현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조용히 쏟아지고 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눈송이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듯 빙글빙글 돌다 이내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눈송이 하나하나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작은 숨소리를 내며 쌓인다. 거리는 금세 하얗게 덮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 고요함 속에서도 쉴 새 없이 과거를 헤맨다. 눈 내리는 창밖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본능처럼 마음 한 켠 깊은 곳에서 오래된 기억들을 꺼내어 본다.어릴 적 나는 눈이 오면 단순히 기뻤다. 아니, 기쁨 그 이상이었다. 눈은 나에게 겨울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고, 축제였다. 아침에 눈이 온다는 소식만 들려와도 나는 이불 속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 밖을 확인하곤 했다. 밤새 온 동네를 ..
2025.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