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23. 12:35ㆍ인공지능과 함께 걸어가다
[AI로 창업하기 06] 김 부장은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자신의 이력서를 다시 썼다
경력과 관심사를 함께 들여다보니, 해볼 만한 사업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였다

“나는 무엇을 팔 수 있는 사람일까?”
김 부장은 협업을 제안할 소개자료를 만들다가 첫 문장에서 막혔다. 생활용품 유통 분야에서 오래 일했다는 말은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문장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거지?’
그동안 제품 안내문을 만들고, 고객에게 보여줄 화면을 구성하고, 짧은 영상도 제작해 봤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것은 반가웠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어떤 사업을 하려는 사람인지 설명하려니 생각이 다시 복잡해졌다.
제품을 직접 판매할 것인가. 고객의 선택을 도울 것인가. 작은 업체의 상품 설명자료를 만들어줄 것인가. 모두 자신의 경험과 연결되는 것 같았지만,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김 부장은 처음 창업을 생각했을 때처럼 검색창을 열려다가 멈췄다. 새로운 아이템을 더 찾기 전에, 자신이 가진 것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력서에는 직장이 적혀 있었지만, 자신이 해결한 문제는 빠져 있었다
김 부장은 오래전에 작성한 이력서를 꺼냈다. 근무 기간과 부서, 직책이 차례로 적혀 있었다.
상품 관리, 거래처 대응, 고객 상담, 직원 교육.
틀린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누가 읽어도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챗GPT에 제공할 문서를 따로 만들었다. 연락처와 주소, 회사의 비공개 정보는 빼고 경력과 업무 내용만 남겼다. 그리고 이렇게 요청했다.
이 이력서를 바탕으로 창업에 활용할 수 있는 내 역량을 정리해 줘. 직책이나 근속 기간만으로 능력을 추정하지 말고,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 확인할 질문을 해줘. 강점이라고 판단한 부분에는 근거를 붙이고,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표시해 줘.
질문을 받고 보니 김 부장도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고객 상담을 오래 했다는 것 외에, 어떤 도움을 주셨나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답했다.
“상품 설명만 보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구매 전에 확인해야 할 조건을 알려주기도 했고요.”
“직원 교육에서는 무엇을 가르치셨나요?”
“신입 직원들이 고객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제품 비교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문의가 반복되면 설명자료를 고쳤습니다.”
이력서의 짧은 항목 뒤에서 구체적인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 부장은 자신이 단순히 문의를 처리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 정보를 정리하고 전달하는 일을 해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경력이 길면 그것이 곧 강점 아닌가?”
경력은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무엇을 익혔는지 설명해야 다른 사람도 가치를 판단할 수 있었다. 같은 분야에서 오래 일했더라도 상품을 고르는 데 능숙한 사람과 거래 조건을 협의하는 데 능숙한 사람의 사업 방향은 달라질 수 있었다.
김 부장은 ‘상품 관리’라는 표현을 고쳤다.
‘제품별 차이를 정리해 고객과 직원이 이해할 수 있는 비교자료를 작성했다.’
‘고객 상담’도 다시 썼다.
‘구매 전 확인할 조건을 안내하고, 반복 문의를 설명자료에 반영했다.’
문장을 바꾸자 자신이 해온 일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 다만 확인하지 못한 성과 수치는 붙이지 않았다. 자료가 없는데 반품률을 낮췄다거나 매출을 높였다고 쓰면, 보기에는 좋아도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이력서가 될 것 같았다.
김 부장은 이력서를 채용을 위한 문서로만 생각했었다. 이제는 자신이 가진 역량을 점검하는 자료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잘하는 일과 부족한 일이 함께 보였다
다음으로 챗GPT에 경력을 활용한 사업 후보를 요청했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디어를 받기보다 세 가지 정도를 비교해 보고 싶었다.
답변에는 생활용품 판매, 제품 선택 안내, 소규모 업체의 상품 설명자료 제작이 후보로 나왔다. 그동안 김 부장이 생각했던 방향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대신 각 아이템에 어떤 경험이 쓰이고 무엇이 추가로 필요한지 나누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다른 질문에 부딪혔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주지?”
이력서에는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처음 만나는 고객에게는 실제로 보여줄 자료도 필요했다. 김 부장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로 했다.
예전에 했던 모든 일을 모으지는 않았다. 앞으로 제공하려는 서비스와 가까운 사례부터 골랐다. 공개할 수 없는 회사 자료는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같은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별도의 가상 제품 자료로 새로 구성했다.
첫 번째 사례는 제품 비교자료였다. 제품 사진과 특징을 나열하는 대신, 고객이 선택 전에 확인할 항목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두 번째는 자주 묻는 질문을 안내문으로 바꾼 사례였다. 질문을 어떤 순서로 배치했는지, 어려운 표현을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했다.
세 번째는 최근에 직접 만든 제품 안내 영상이었다. 무엇을 알려주려 했고, 어떤 장면을 직접 촬영했으며, AI가 어느 작업을 도왔는지 적었다.
각 사례에는 세 가지를 담았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보여주거나 확인할 수 있는지.
아직 고객에게 사용되지 않은 샘플은 그 사실도 표시했다. 보기 좋은 결과물과 실제 효과가 확인된 결과물은 구분하고 싶었다.
“포트폴리오는 디자이너나 개발자에게만 필요한 것 아닌가?”
김 부장에게 필요한 포트폴리오는 화려한 작품집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자신의 도움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업 사례 모음이었다. 교육자료 한 장이나 업무 안내문, 비교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자료를 정리하자 강점뿐 아니라 빈칸도 드러났다. 제품을 설명하고 자료를 구성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낯선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서비스를 제안한 경험은 많지 않았다. 광고비를 집행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일도 충분히 해보지 않았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과 고객을 확보하는 능력은 따로 살펴야 했다. 김 부장은 그동안 전자를 준비하면 후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처럼 생각한 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을 ‘마케팅에 약한 사람’으로 단정하지는 않기로 했다. 경험이 부족한 일인지, 시도했지만 어려웠던 일인지 구분해야 했다. 직접 상담할 때는 설명을 잘했으면서도 온라인 홍보에서는 막혔다면, 익숙한 방식에서 첫 고객을 만날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은 자신을 포장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았다. 무엇을 바로 제공할 수 있고, 어디에 연습이나 도움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SNS 기록을 더하자, 경력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방향이 나타났다
며칠 뒤 김 부장은 자신이 최근에 시작한 페이스북과 X, 인스타그램을 살펴봤다. 처음에는 사업 홍보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아직 게시물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올린 글과 직접 적어둔 감상을 모아보니 관심이 향하는 방향이 있었다.
작은 공방에서 만든 그릇을 소개한 글이 있었다. 선물 포장을 보고 느낀 점을 적은 게시물도 있었다. 제품의 기능보다 만든 사람의 설명이 기억에 남았다는 짧은 글도 눈에 들어왔다.
김 부장은 자신의 글 일부를 텍스트로 정리하고, 필요한 게시물은 화면을 캡처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이나 계정 정보처럼 분석에 필요하지 않은 내용은 제외했다. 캡처 속 글자가 작거나 맥락이 빠진 경우에는 자신이 왜 그 내용을 골랐는지 짧게 덧붙였다.
그리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이 자료를 더해 요청했다.
앞서 정리한 내 경력과 포트폴리오에, 내가 직접 작성한 SNS 글과 관심사 메모를 함께 검토해 줘.
이미 보여준 역량과 앞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를 구분하고, 두 가지가 만나는 사업 후보를 세 개 제안해 줘. 각 후보에는 고객, 해결할 문제, 내가 맡을 수 있는 일, 부족한 역량, 첫 시험 방법을 적어줘.
SNS 게시물만으로 내 성격이나 전문성을 단정하지 말고, 판단에 필요한 질문이 있으면 먼저 물어봐 줘.
추가 질문이 나왔다.
“공방 제품을 볼 때 어떤 부분에 가장 관심이 가나요?”
김 부장은 답을 쓰다가 자신이 왜 그런 게시물을 올렸는지 생각해 봤다.
“좋은 제품인데 설명이 부족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만든 사람은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고객이 궁금해할 부분을 빠뜨리는 것 같습니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있나요?”
“직접 만드는 것보다는, 제품의 특징을 찾아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일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경력 자료만 봤을 때는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사업’이 먼저 떠올랐다. 관심사와 답변을 더하자 ‘좋은 제품을 갖고 있지만 설명과 소개자료가 부족한 작은 업체를 돕는 일’이 더 구체적인 후보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공방이나 소규모 생활용품 업체의 제품을 살펴보고, 고객이 궁금해할 내용을 질문한 뒤 상품 소개문과 사용 안내, 짧은 홍보 콘텐츠의 구성을 돕는 방식이었다.
김 부장이 새롭게 느낀 부분은 제품을 직접 사서 판매하지 않아도 경험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었다. 재고를 확보하기 전에, 설명과 자료 구성 능력을 작은 서비스로 시험해 볼 수도 있었다.
“SNS를 넣었더니 전혀 다른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것은, 그 아이디어가 더 정확하다는 뜻일까?”
그렇게 볼 수는 없었다. 제공한 정보가 달라지면서 다른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었다. 관심사는 일을 지속할 동기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분야에서 일할 능력이나 고객 수요를 증명하지는 않았다.
김 부장도 공방 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이유로 제작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이미 해온 ‘제품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을 어떤 대상에게 적용해 보고 싶은지 알게 됐다.
경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포트폴리오에서는 보여줄 근거를 골랐으며, 관심사에서는 시도해 보고 싶은 방향을 발견했다. 세 자료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한 셈이었다.
AI가 골라준 아이템을, 자신의 사업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김 부장은 마지막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에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바로 시작하기 쉬운 아이템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아이템은 같지 않을 수 있었다. 준비 비용이 적고 경력과 잘 맞아도 고객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반대로 수요가 있더라도 혼자 제공하기 벅차면 시작 방식을 줄여야 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내가 지금 시험하기에 적합한 후보를 골라줘. 판단 기준은 경험과의 연결, 보여줄 샘플, 초기 비용, 첫 고객을 만날 가능성이야. 시장 수요와 가격 경쟁력처럼 아직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별도로 남겨줘.”
김 부장에게 우선순위로 남은 것은 소규모 업체 한 곳을 대상으로 상품 설명자료를 개선해 보는 일이었다. 다만 ‘홍보를 모두 대행한다’는 큰 약속은 하지 않기로 했다. 자신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광고 운영까지 한꺼번에 맡으면 강점보다 부족한 부분이 업무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첫 시험의 범위는 제품 하나였다. 업체의 설명을 듣고, 고객이 궁금해할 질문을 정리하고, 상품 소개문과 짧은 영상 구성안의 샘플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실제 제작과 사용 여부, 수정 범위는 상대방과 논의해야 했다.
처음 만날 고객에게 보여줄 포트폴리오도 이 범위에 맞춰 다시 골랐다. 모든 경력을 설명하기보다, 이 일을 맡겼을 때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아직 고객도 없는데, 무엇부터 만들면 좋을까?”
김 부장이라면 자신이 공개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제품이나 가상 제품을 정해 샘플 하나부터 만들 수 있었다. 실제 고객의 의뢰나 성과가 아니라 연습용 작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 됐다. 그 샘플을 잠재 고객에게 보여주고, 어떤 부분이 필요하며 어떤 부분은 쓸모가 없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부족한 역량도 구체적인 과제로 바뀌었다. ‘홍보를 못한다’는 걱정 대신, 자신이 제공할 일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관련 업체에 의견을 구하는 일을 연습할 수 있었다. 모든 마케팅 기법을 익히기 전에 첫 대화를 시작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
김 부장은 자신의 소개문을 다시 썼다.
“생활용품 유통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업체의 제품을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안내자료로 정리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사업의 성공을 증명하는 문장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일을 시작하려는지 설명할 수 있었다. 처음 문서를 열었을 때보다는 분명한 한 걸음이었다.
AI가 김 부장 안에 없던 경력을 만들어준 것은 아니었다. 흩어져 있던 경험을 질문으로 꺼내고, 작업 사례와 관심사를 연결해 검토할 후보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밖을 살펴볼 차례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이 일이, 시장에서도 필요한 일일까?”
다음 장에서는 김 부장이 선택한 아이템을 가지고 퍼플렉시티·구글 트렌드·젠스파크를 활용해 시장을 살펴보려 한다. 비슷한 서비스는 누가 제공하는지, 사람들은 어떤 말로 문제를 찾는지, 고객에게 확인할 빈틈은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가 자신을 이해하는 자료였다면, 다음 조사는 그 역량을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제안할지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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