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04]. 여섯 가지 질문만으로 충분한가?

2026. 8. 21. 11:01생각을 말하다

[연재04]. 여섯 가지 질문만으로 충분한가?
5W3H —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법



직장에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처음에는 꽤 그럴듯했던 계획이 예산서를 작성하는 순간 달라 보일 때가 있다.

무엇을 할 것인지도 정했다. 누가 담당할 것인지도 정했고,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도 대략 정해졌다. 사업이 왜 필요한지도 설명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계획은 거의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예산을 작성하려고 하면 새로운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합니까?”
“몇 명이 참여합니까?”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실제로 몇 회를 진행합니까?”
“한 번 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까?”
이 질문에 막히는 순간이 있다. 계획은 세웠는데 정작 그 계획의 크기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우리는 5W1H, 즉 누가(Who), 무엇을(What), 언제(When), 어디서(Where), 왜(Why), 어떻게(How)를 통해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여섯 질문은 막연한 생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사실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을 실제로 실행하려고 하면 여섯 질문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했는데 비용이 얼마인지 모른다. ‘언제 할 것인가’를 정했는데 준비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는 계산하지 않았다. ‘누가 할 것인가’는 정했지만 몇 명이 필요한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때 ‘How’ 뒤에 질문을 조금 더 붙여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원이 필요한가?
얼마나 긴 시간과 기간이 필요한가?
나는 이런 질문들이 계획을 현실로 끌어내린다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예산서를 작성할 때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직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한다고 해보자. 5W1H를 이용하면 기본적인 틀을 만들 수 있다. 누가 교육을 받을 것인지,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언제 어디에서 진행할 것인지, 왜 필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정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훌륭한 계획이다. 그런데 예산서를 작성하는 순간 질문이 달라진다. 강사비는 얼마인가. 장소를 빌리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교재와 장비는 몇 개가 필요한가. 참석자는 몇 명인가. 준비에는 며칠이 필요한가. 교육은 몇 시간 동안 진행할 것인가. 담당 직원은 이 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처음 세웠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예산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면 규모를 줄여야 한다. 준비 기간이 부족하다면 일정을 늦춰야 할 수도 있다. 담당자 한 사람이 감당하기 어렵다면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한다. 반대로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얼마나?’라는 질문은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막연한 계획의 실제 크기를 보여주는 질문이다.

“교육을 확대하겠습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몇 명을 대상으로 몇 회 확대할 것인가?

“상담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상담 인력이 몇 명 더 필요한가? 한 사람이 하루에 몇 명을 상담할 수 있는가? 한 회 상담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가? 이를 위해 추가되는 비용은 얼마인가?

‘강화한다’, ‘확대한다’,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말에는 방향은 있지만 크기가 없다.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얼마가 필요한지를 묻는 순간 비로소 그 말에 현실의 크기가 생긴다.

나는 직장에서 사업계획과 예산을 다루면서 이 차이를 어렵지 않게 경험했다. 계획을 세울 때는 하고 싶은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예산을 작성할 때는 하고 싶은 것만 볼 수 없다. 할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비용은 비교적 쉽게 계산하면서 시간을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가 있다. “회의 한번 하면 되지.” “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면 되지.” “상담을 조금 더 하면 되지.”
말로 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회의 한 시간을 위해 여러 사람이 시간을 비워야 한다. 자료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자료를 찾고, 내용을 정리하고, 검토하고, 수정해야 한다. 상담 한 시간을 늘리면 상담자에게는 상담 시간만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록하고 정리하는 시간까지 필요할 수 있다. 그래서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라는 질문은 비용만큼 현실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은 사업계획이나 예산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민원을 볼 때도 “민원이 들어왔다”에서 멈추지 않고 같은 유형의 민원이 몇 건인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지, 처리하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걸리는지를 살펴보면 문제의 크기가 달라 보인다.

상담에서도 그렇다. “요즘 잠을 잘 못 잡니다”라는 말에 언제부터 그랬는지를 묻는 것과 함께 하루에 몇 시간 자는지, 일주일에 며칠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를 물으면 상황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숫자가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고통을 횟수와 시간으로만 판단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많다’, ‘자주’, ‘오랫동안’, ‘심각하다’ 같은 표현만으로는 서로 전혀 다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한 사람에게 ‘자주’는 일주일에 두 번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하루에 다섯 번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물어야 한다.
얼마나?
이 짧은 질문이 막연한 표현을 구체적인 사실로 바꾸어준다.

AI에게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직원 교육계획을 만들어줘.”

이렇게 요청하면 AI는 금세 그럴듯한 계획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직원이 몇 명인지,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얼마인지, 준비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교육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계획은 현실과 거리가 멀 수 있다.

AI가 계획을 잘못 만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현실의 크기를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AI에게 계획을 만들어 달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누가 하는가. 무엇을 하는가. 언제 어디에서 하는가. 왜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
그리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가?(How much)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원이 필요한가?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한가?(How long)

5W1H가 문제의 윤곽을 그려준다면, 이렇게 확장된 질문들은 그 안에 크기와 무게를 넣어준다. 그렇다고 숫자를 많이 모을수록 문제를 정확하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숫자 역시 무엇을 측정하고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하려는 것은 숫자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 막연한 생각을 조금 더 구체적인 현실에 가까이 가져가는 것이다.

문제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면 이제 한 번 더 물어보자.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드는가.
얼마나 오래 걸리는가.
그리고 여기까지 살펴본 뒤에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나는 지금 확인된 사실을 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 사실에 대한 내 생각을 보고 있는가?

다음 관찰은 바로 그 경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