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01] 인공지능에 묻기 전에, 나에게 물어라

2026. 8. 18. 15:34생각을 말하다

[연재01] 인공지능에 묻기 전에, 나에게 물어라

 

인공지능을 사용하다 보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궁금한 것을 물으면 몇 초 만에 답을 내놓고, 긴 자료를 주면 핵심을 정리해준다.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는 새로운 방향을 제안하고,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면 부족한 부분까지 찾아낸다. 예전에는 여러 사람에게 묻거나 오랜 시간 자료를 찾아야 했던 일을 이제는 인공지능과의 짧은 대화만으로 해결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자주 사용할수록 내 안에는 오히려 다른 질문이 생겼다. 인공지능이 점점 더 좋은 답을 내놓는다면, 나의 생각도 함께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그동안 답을 찾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많이 알고,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아내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그 기준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정보를 찾고 요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까지 해낸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더 많은 답을 내놓는 시대에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생각하는 힘’이라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은 혼자 오래 고민하거나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사건과 문제를 제대로 관찰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보이는 현상 뒤의 원인을 찾아가며,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여러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판단하고 실행한 뒤, 자신의 선택을 다시 돌아보는 것까지 포함한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해결책부터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해결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보는 것’이다.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관련되어 있는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익숙한 5W1H가 여전히 유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내가 직접 본 사실과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구별하게 된다.

관찰하고 나면 질문이 달라진다. 상대방이 “이것이 문제입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진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조직의 문제도 그렇고 가족의 갈등이나 상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면 그 아래 전혀 다른 문제가 숨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해결책을 서둘러 제시하기보다 “정말 이것이 문제인가?”라고 한 번 더 묻는 것이 필요하다.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왜?’로 이어진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한 번 묻고 끝내지 않고 다시 묻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원인이 드러난다. 5 Whys가 도움이 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의 문제에는 관계와 감정이 얽혀 있고, 조직의 문제에는 사람뿐 아니라 제도와 환경, 소통 방식과 업무 과정이 함께 작용한다. 이럴 때 Fishbone과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하나의 원인에 매달리지 않고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인공지능도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가능한 원인을 찾아달라고 하면 여러 가설을 제시하고, 내가 놓친 가능성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제시한 원인이 실제 현장의 원인인지는 결국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AI가 제시하는 것은 훌륭한 가설이 될 수 있지만 현장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상당수에는 ‘사람’이 있다. 같은 말을 듣고도 어떤 사람은 힘을 얻지만 어떤 사람은 부담을 느낀다.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방식과 행동이 다르다. 상대가 말하는 요구와 그 사람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다를 때도 있다. 그래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제만 들여다보지 말고 그 문제 속에 있는 사람을 함께 보아야 한다.

상대방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듣고 있는가,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원하는가. 이런 질문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잠시 벗어나 상대방의 자리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한다. Empathy Map이나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는 여러 도구들도 결국 사람을 몇 가지 유형으로 단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의 다른 면을 발견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업에서는 직원과 고객을 이해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가정에서는 배우자와 자녀를 이해하는 데, 상담이나 목회 현장에서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듣는 데 응용할 수 있다.

문제와 사람을 충분히 살펴보았다면 이제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에는 새로운 어려움이 생긴다. 예전에는 답을 찾기 어려워서 고민했다면 이제는 답이 너무 많아서 고민한다. 인공지능에게 아이디어를 요청하면 여러 개의 선택지를 순식간에 만들어주고, 각각의 장점과 위험까지 정리해준다. SWOT이나 SCAMPER 같은 사고의 틀을 활용하도록 요청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아졌다고 판단까지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어떤 결과를 감당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에게 남는다. 인공지능은 가능성을 넓혀줄 수 있지만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까지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좋은 판단에는 정보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와 책임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이다.

판단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목표를 구체화하고,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별하며, 해야 할 일을 실제 시간 속에 배치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생각한 것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내가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과 상대가 내 생각을 이해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왜 이 이야기가 필요한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상대의 입장에서 구성해야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실행한 뒤에는 돌아봐야 한다. 경험이 많다고 저절로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일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무엇을 멈출 것인지,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것인지, 무엇을 계속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야 경험이 다음 판단의 재료가 된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여러 프레임워크는 서로 떨어져 있는 기술이 아니다. 5W1H, 5 Whys, Fishbone, Empathy Map, SWOT, SMART, Weekly Review와 같은 도구들은 문제를 만났을 때 필요한 순간마다 꺼내 쓰는 생각의 도구다. 중요한 것은 도구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언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이 모든 과정에서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다. 내가 놓친 관점을 보여주고, 반론을 찾아주며, 여러 가설을 비교하고, 복잡한 자료를 정리해줄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순서는 지키고 싶다. 인공지능이 먼저 생각하고 내가 그 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관찰하고 질문하고 생각한 다음 인공지능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알고,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알고, 수많은 답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해질 것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입력창을 열 때마다 나는 먼저 나에게 묻고 싶다.

나는 지금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것은 정말 문제인가.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인공지능에 묻기 전에, 먼저 나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다.

 


 

《인공지능에 묻기 전에, 나에게 물어라》글 목차

프롤로그 : 인공지능이 답하는 시대, 나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1부. 관찰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1. 지금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5W1H — 문제를 판단하기 전에 사실부터 보는 법

2. 여섯 가지 질문만으로 충분한가?
5W3H —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법

3. 나는 보고 있는가, 이미 판단하고 있는가?
관찰과 해석 — 사실과 내 생각을 구별하는 법

4. 말하지 않은 것에서도 무엇을 볼 수 있을까?
SABER — 말과 행동, 상황을 함께 관찰하는 법

5. 읽었다고 해서 정말 읽은 것일까?
관찰하며 읽기 — 정보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법


2부. 질문한다

나는 제대로 묻고 있는가?

6. 상대방이 말한 문제가 정말 문제인가?
문제 파악 대화법 — 해결하기 전에 문제를 다시 묻는 법

7. 좋은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열린 질문 — 생각을 열어주는 질문을 만드는 법

8. 한 번 더 물었다면 무엇이 달라졌을까?
심화 질문 — 첫 번째 답에서 멈추지 않는 법

9. 내 질문 속에 이미 답이 들어 있지는 않은가?
질문의 편향 — 듣고 싶은 답만 찾지 않는 법

10. 인공지능에게 묻기 전에 나는 나에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가?
자기질문 — 프롬프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


3부. 원인을 찾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11. 눈앞에 보이는 문제가 정말 원인인가?
5 Whys — 현상 아래에 숨어 있는 원인을 찾는 법

12. ‘왜?’를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가?
5 Whys의 응용 — 기계적인 질문에서 벗어나는 법

13. 원인은 정말 하나뿐일까?
Fishbone — 문제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는 법

14. 여러 원인 가운데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
Pareto Principle —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는 법

15. 인공지능이 찾아준 원인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
가설 검증 — AI의 답을 정답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보는 법


4부. 사람을 이해한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16. 사람은 무엇을 필요로 하고 무엇을 원하는가?
Need & Want — 말로 표현한 요구 뒤의 필요를 발견하는 법

17. 내 자리에서 벗어나 상대의 자리에서 볼 수 있을까?
Empathy Map — 상대의 눈으로 상황을 다시 보는 법

18. 왜 같은 상황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할까?
Big Five Personality — 사람의 차이를 이해하는 법

19. 사람의 말과 행동이 다를 때 무엇을 보아야 할까?
SABER의 응용 — 한 번의 말보다 반복되는 행동을 보는 법

20. 상대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사실 확인과 일관성 관찰 — 직감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법

21. 이름을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을 기억하는 것일까?
이름 기억법 — 사람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기억의 기술

22. 주소록에는 전화번호만 있어야 할까?
관계 기록법 — 만남을 관계의 기억으로 바꾸는 법

23. 모든 관계에 같은 시간과 관심을 써야 할까?
관계 우선순위 — 관계에도 시간과 책임의 차이가 있음을 이해하는 법


5부. 판단한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24. 나는 문제의 한쪽 면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SWOT —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험을 함께 보는 법

25. 지금 생각한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SCAMPER — 익숙한 답에서 벗어나는 법

26. 내가 본 사실과 내가 붙인 해석은 같은 것인가?
OIA — 관찰, 해석, 행동을 구별하는 법

27. 많은 선택지 가운데 무엇을 버릴 것인가?
Pareto Principle의 응용 — 선택보다 어려운 포기를 결정하는 법

28. 인공지능이 여러 답을 내놓을 때 누가 마지막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
판단과 책임 — AI의 제안과 인간의 결정을 구별하는 법


6부. 표현하고 실행한다

생각을 어떻게 현실로 옮길 것인가?

29. 내 생각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PREP — 복잡한 생각에서 핵심을 꺼내는 법

30. 나는 아는 것을 상대가 이해하도록 전달하고 있는가?
생각의 구조화 — 상대가 이해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전달하는 법

31. 내가 이루려는 것은 정말 분명한가?
SMART — 막연한 바람을 실행 가능한 목표로 바꾸는 법

32.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별하고 있는가?
Eisenhower Matrix — 바쁨에 끌려가지 않는 법

33. 할 일을 정했는데 왜 실행하지 못할까?
Time Blocking — 해야 할 일을 실제 시간과 연결하는 법

34. 오늘 단 하나만 끝낸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Most Important Task —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일을 선택하는 법

35.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 아무것도 못 하고 있지는 않은가?
3의 법칙 — 복잡한 일을 세 가지 핵심으로 줄이는 법


7부. 돌아본다

경험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36. 무엇을 멈추고, 무엇을 시작하고, 무엇을 계속할 것인가?
Stop·Start·Continue — 경험을 다음 행동으로 바꾸는 법

37. 나는 지난 일주일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Weekly Review — 바쁜 일주일을 배움의 시간으로 바꾸는 법

38. 일어난 일과 내가 해석한 일을 구별할 수 있는가?
OIA의 응용 — 지나간 일을 다른 눈으로 다시 보는 법

39. 읽은 것을 내 삶의 질문으로 바꾸고 있는가?
읽기·성찰·적용 — 아는 것에서 살아내는 것으로 넘어가는 법

40. 인공지능에게 평가를 맡기기 전에 나는 나를 돌아보았는가?
자기성찰과 AI — 인공지능을 두 번째 거울로 사용하는 법


에필로그

마지막 질문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 관찰하고, 질문하고, 원인을 찾고, 사람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실행하고, 돌아본다. 인공지능은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문제로 볼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무엇을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질 것인지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인공지능에 묻기 전에, 나에게 물어라.


전체 구성

1부 관찰한다 — 5편
2부 질문한다 — 5편
3부 원인을 찾는다 — 5편
4부 사람을 이해한다 — 8편
5부 판단한다 — 5편
6부 표현하고 실행한다 — 7편
7부 돌아본다 — 5편

총 40편 + 프롤로그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