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수험생의 생존 공부법"

2025. 12. 22. 17:07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50대 수험생의 생존 공부법"

- 강의보다 기출, 머리보다 경험으로 도전하다.



임상심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공부의 방식이다. 50대라는 나이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건 단순한 도전이 아니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기억력은 금방 흐려진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 남들처럼 기본 강의부터 시작해서 심화, 문제풀이, 파이널까지 따라간다는 건 어쩌면 무모한 일이다.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도 머릿속에 남는 건 거의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함만 쌓인다. ‘이렇게 공부해서 될까?’,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밤마다 밀려온다. 하지만 그런 불안에 휩쓸릴수록 강의에 더 의존하게 되고, 결국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안도하게 된다.

그런데 강사는 내 시험을 대신 쳐주지 않는다. 강의는 방향을 제시해 줄 수는 있어도, 실제로 문제를 풀고, 그 답을 외우고, 정리하는 건. 수험생 자신의 몫이다. 특히 50대에는 더 그렇다. 남들보다 느릴 수밖에 없고, 하루치 강의를 따라잡기도 벅차다. 그럴수록 강사의 흐름이 아니라 출제자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강사가 가르쳐주는 모든 내용을 외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출제자는 이미 수차례 출제된 안정적인 문제 유형, 반복된 개념 위주로 문제를 낸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검증된 개념만 건드린다. 그러니 강의보다 기출문제가 훨씬 더 정확한 나침반이다.

이 나이에 머리로 승부 보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억력 싸움이 아니라 경험에 지식을 녹여내는 싸움이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 이미 자리한 감각들, 타인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시선, 감정에 대한 공감력, 그런 것들이 결국 상담 장면에서도, 시험문제에서도 진짜 답을 만들어 낸다. 그러니 외워지지 않는다고 자책하지 말고, 이해하고 연결하고 반복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바꿔야 한다. 눈으로 읽고, 손으로 정리하고, 입으로 말하고, 다시 기출문제를 통해 점검한다. 이 단순한 반복 속에서 내 공부는 살아 움직이게 된다.

처음엔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복이 쌓이면 속도가 붙는다. 강의는 빠르게 한 번 지나가지만, 기출은 반복할수록 익숙해지고, 결국 어떤 문제가 나와도 ‘이건 어디서 봤던 유형이구나’ 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자주 출제되는 개념, 반복되는 포맷은 몇 번만 보면 자연스럽게 익힌다. 그래서 시험장에 가서도 당황하지 않는다. 머리가 아니라 익숙함으로 푸는 시험, 그게 반복의 힘이다.

강사가 강조하지 않아도 기출은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은 정직하다. 출제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앞으로도 그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니 괜히 새로운 요약서나 교재, 강의에 눈 돌리지 말고, 내가 정리한 기출 중심의 노트를 반복하자. 나만의 리듬으로 공부하고, 내가 정한 범위 안에서 집중하는 것이 50대 수험생에게 가장 현실적인 합격 전략이다.

강사는 합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결국 시험을 보는 건 나고, 공부를 반복해 체화시켜야 하는 것도 나다. 그렇다면 방향은 분명하다. 강의보다 기출, 머리보다 경험, 의심보다 반복. 이게 지금 내가 붙들고 있는 공부의 원칙이다. 이 길의 끝에서, 반드시 자격증을 손에 쥘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조용히 기출문제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