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만 있는 공부는 이제 그만. 움직이며 기억하는 직장 수험생의 전략

2025. 12. 19. 12:43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앉아만 있는 공부는 이제 그만. 움직이며 기억하는 직장 수험생의 전략

 

공부는 책상에 앉아야만 할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가 벽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강의노트를 펼쳐놓고 형광펜을 들고 줄을 긋고 요약을 하며 ‘이게 공부다’라고 믿는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손으로 써가며 정리하면 머릿속에 남는 것 같았고, 그렇게 노트에 빼곡히 적혀 있는 문장들을 보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자격증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깨달았다. 그렇게 정리만 하다가는, 정작 내 머리 안에 남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을.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빡빡하다. 아무리 시간을 쥐어짜도 하루에 온전히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 남짓이다. 회의 끝나고, 퇴근하고, 씻고, 겨우 마주한 책상 앞에서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는 그 시간이, 내 전부다. 그런 제한된 시간에 인풋 공부만 한다면 시험은커녕 자신감조차 얻기 어렵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공부는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필자가 처음 시도한 건 녹음 파일이었다. 내가 외워야 할 개념이나 기출문제 해설을 스스로 녹음해두고, 운전 중에, 지하철 안에서, 심지어 마트 대기줄에서도 들었다. 그냥 듣기만 한 게 아니다. 들리는 내용을 가만히 따라가는 게 아니라, 먼저 답을 머리속에 떠올리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일종의 말 없는 퀴즈처럼 스스로를 시험하며 기억을 꺼내는 훈련이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떠올리는 과정은 ‘아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의 차이를 채워주었다.

또 하나 효과적이었던 건 암기카드였다. 처음엔 종이에 직접 만들었지만, 나중엔 Anki라는 암기 앱을 활용했다. 이 앱의 장점은 반복 주기를 자동으로 조절해준다는 점이다. 내가 자주 틀리는 카드는 자주 보여주고, 잘 기억하는 카드는 간격을 늘려 보여주는 방식으로, 기억의 효율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카드에 내 목소리로 질문을 녹음할 수 있어서, 혼자 공부할 때도 마치 누군가에게 퀴즈를 받는 느낌으로 학습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필기나 이론 개요 같은 큰 흐름을 한눈에 정리할 수 있는 마인드맵 노트도 큰 도움이 됐다. 종이에 적은 노트보다 훨씬 빠르게 전체 흐름을 떠올릴 수 있었고, 시험 직전이나 피곤한 날엔 책 대신 마인드맵 한 장으로 전체 구조를 복습할 수 있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시험장 가는 길에 딱 10분만 훑어봐도 머릿속이 정리된다.

핵심은 이거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방법까지 부족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책상 밖에서의 공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걷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그 틈틈이 모두 기억을 꺼내는 기회가 된다. 앉아있을 수 없다면 움직이면서라도 외워야 한다. 그게 시험을 이기는 진짜 방법이다. 공부는 시간 싸움이 아니라 방향 싸움이다. 방향만 제대로 잡으면, 당신도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