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부터 보고 질문하기. 나만의 객관식 시험 공부법

2025. 12. 19. 11:47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정답부터 보고 질문하기. 나만의 객관식 시험 공부법

 

기출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감정, 아마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내가 도대체 뭘 공부한 거지?” 기본서를 몇 번씩이나 읽었고, 중요한 개념에 줄을 긋고, 요약하고 정리도 했는데도 막상 문제를 보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해한 것과 문제를 푸는 능력은 전혀 다르다. 특히 객관식 시험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함정을 피하고, 정답을 고르는 건 또 다른 기술이다. 필자 역시 같은 절벽 앞에 섰고, 거기서 방향을 바꿨다. 문제를 풀지 않고, 정답부터 보기 시작한 것이다.

기출문제를 펼쳐놓고 정답을 가린 채 문제를 푸는 방식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잘 안 되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먼저 정답을 보았다. 그리고 “왜 이게 정답이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방식은 단순히 해설을 읽고 넘기는 것과는 다르다. 정답을 기준으로 나만의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답을 이해하든 못하든, 일단 암기부터 했다. 어쩌면 이 방식은 불안한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험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완벽한 이해를 기다리기엔 우리의 기억은 너무 쉽게 잊힌다. 그래서 필자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일단 외우고, 반복 속에서 이해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 방식은 기출문제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실용적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려다 보면 문제 한두 개만 보고도 하루가 가버린다. 그러나 정답 중심으로 사고를 시작하면 흐름이 생긴다. 정답 → 질문 → 나만의 답안 구성 → 암기 → 반복. 그렇게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던 문제가 어느새 익숙한 질문으로 변한다. 해설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내 언어로 바꾸어 서술형처럼 외우기 시작하면, 주관식까지도 대비할 수 있는 공부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억의 착각을 경계하는 것이다. 기본서를 오래 붙잡고 있으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눈에 익은 문장이 반복되면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고, 노트를 채운 흔적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시험장에서 질문이 달라지면 한순간에 무너진다. 지식은 기억되지 않으면 무의미하고, 꺼내 쓰지 못하면 시험에선 소용없다. 그래서 기억의 진짜 적은 ‘공부를 했다는 착각’이다.

필자는 기사시험을 준비하면서 과목당 일주일, 전체 5과목을 5주 만에 기본서로 통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완벽하게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구조를 익히는 것이었다. 그 후 기출문제를 회차별로 정리하면서 문제를 패턴화했고, 단권화 노트를 만들었다. 이 노트에는 자주 출제되는 문제, 함정으로 나오는 보기, 자주 헷갈리는 개념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이 노트를 기준으로 암기카드를 만들고, 녹음 파일을 제작해 출퇴근길에 반복해서 들었다. 그렇게 공부하면 시험 전날, 이 모든 내용을 15페이지 분량의 핵심 요약본으로 빠르게 정리해볼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정리할 수는 없다. 반복과 실패, 이해와 암기의 교차 속에서 만들어진 결과였다.

객관식 시험은 단순히 찍는 것이 아니다. 정답을 알아야 찍을 수 있고, 정답을 꺼낼 수 있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풀 수 있는가’보다 ‘왜 이게 정답인가’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을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먼저 외우고, 반복하면서 이해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필자가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니 말하고 싶다. 완벽한 이해를 기다리지 말고, 정답부터 보고 질문하라. 암기와 반복은 결국 당신을 정답으로 데려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