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9. 10:02ㆍ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기본서에서 시작해 시험장까지. 자격증 공부의 뼈대 만들기

기본 이론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쉬운가?’이다. ‘좋은 책’이라는 말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자격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의 좋은 책은 명확하다. 끝까지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시험에 나올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잘 쓴 책이라 해도, 내용이 복잡하고 이론이 깊어 학문적인 수준으로 들어가 있다면 기본서로는 부적절하다. 공부란 원래 어렵다지만, 시작부터 벽을 마주치는 책이라면 결국 책장을 덮고 말게 된다. 필자도 그랬다. 임상심리사 시험을 준비하며 이론서와 함께 관련 전문서를 병행했을 땐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지만, 시험공부라는 목적에서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결국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시 정리해야 했다.
기본서는 시험공부의 지도 같은 것이다. 입문자에게는 첫 발자국을 어디에 찍을지 알려주는 안내판이고, 중급자에게는 전체 구조를 한눈에 조망하게 해주는 나침반이다. 그런 점에서 기본서는 ‘쉬운 책’이어야 하고,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시험 중심의 흐름’을 잡아주는 책이어야 한다. 디테일은 나중 문제다. 시험범위가 넓고 시간이 부족하다면, 처음부터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전체의 뼈대를 빠르게 훑는 통독이 필요하고, 반대로 시험까지의 시간이 넉넉하다면 정독을 통해 개념을 완전히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목표까지 남은 시간에 따라 독서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필자의 경우 기본서를 읽을 때 항상 목차부터 읽었다. 목차를 보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흐름이 보이고, 시험에서 어떤 방향으로 질문이 나올지 감이 잡힌다. 그런 다음 각 단원을 읽으며 중요한 키워드에 색을 입혔다. 붉은색은 주의가 필요한 내용이거나 시험에 틀리기 쉬운 함정과 같은 키워드나 문제이고, 파란색은 핵심내용이거나 반복 암기가 필요한 개념들이나 그리고 매우 중요하거나 반드시 시험에 나올만한 것들은 별표을 그려놓아서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때로는 포스트잇에 키워드를 적어 책에 붙여두거나, 여백에 내 언어로 해석한 문장을 적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삼색펜 공부법이라고도 부르지만, 사실 그건 나만의 시각적 암기 도구였고, 나중에 보면 어떤 색으로 표시된 내용은 머릿속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다고 해서 시험에 합격하는 건 아니다. 필자의 경우 기본서를 노트화하여 자기 만족을 할 수 있어지만 이해를 하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를 보는 순간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내가 공부하거나 노트화한 것이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를 푸는데에는 도움이 그리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닫은 것이 있다. 바로 ‘정리된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다. 암기하지 않고는 절대로 문제를 풀거나 답을 적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암기를 위해 눈으로 읽고, 손으로 정리한 내용을 입으로 말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암기카드를 활용했다. 한쪽엔 질문, 반대쪽엔 답변. 한 카드에는 오직 한 개념만 넣고, 암기한 카드는 3일 후, 7일 후, 10일 후, 30일 후 이렇게 복습 주기를 만들어 반복했다. 기억은 쉽게 사라지기에 반복이 필요하고, 반복은 결국 자신감을 만든다. 처음에는 ‘어차피 잊어버릴 걸 왜 외워’라는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시험에서 기억을 꺼낼 수 있는 힘은 반복에서 나온다는 걸 수차례 경험했다.
시험은 암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암기는 ‘보지 않고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만들어주는 과정이고, 시험장에서는 그것을 꺼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지 ‘이해했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 책을 덮고, 질문을 떠올렸을 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주관식 문제라면 단어만 나열할 게 아니라, 문장으로 서술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그럴 때 키워드 중심의 암기가 도움이 된다. 시험장에서 “이 개념이 뭐였지?” 하고 머뭇거리는 순간은 대개 이해만 하고 인출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험마다 특성이 다르다. 어떤 시험은 4지선다형이 주가 되고, 어떤 시험은 사례형 문제나 서술형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자격시험은 1차는 객관식, 2차는 주관식 또는 면접으로 이루어진다. 1차는 기출문제와 단권화를 통해 핵심 개념을 반복하고, 2차는 서술형 연습과 면접 대비를 통해 인출 연습을 해야 한다. 면접이 있는 시험이라면 자신의 경험과 사례, 이론을 연결해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은 단기간의 벼락치기로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자격증 공부는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시험의 성격을 파악하고, 기본서를 빠르게 훑고, 기출문제로 방향을 잡고, 단권화로 흐름을 잡고, 암기카드로 반복하고, 말로 꺼내보는 연습까지.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진짜로 시험장에서 쓸 수 있는 ‘지식’이 만들어진다. 지식이 단순히 정보로 머물면 시험은 어렵고, 지식이 꺼낼 수 있는 무기가 되면 시험은 도전할 만하다. 기본서에서 시작해, 내 방식으로 정리하고, 내 입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부가 끝나는 것이다.
'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험공부는 기술이다. 아웃풋으로 정복하는 기출 공부법 (1) | 2025.12.19 |
|---|---|
| 정답부터 보고 질문하기. 나만의 객관식 시험 공부법 (0) | 2025.12.19 |
| 목표는 70점, 자격시험에 합격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 (0) | 2025.12.18 |
| 책상 밖에서 공부하는 법. 인풋을 넘어 아웃풋으로 가는 시간 (0) | 2025.12.18 |
| 수험서, 무작정 고르지 마라. (0) | 2025.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