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밖에서 공부하는 법. 인풋을 넘어 아웃풋으로 가는 시간

2025. 12. 18. 17:52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책상 밖에서 공부하는 법. 인풋을 넘어 아웃풋으로 가는 시간

 

공부는 책상 앞에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고, 펜을 들고 노트에 정리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그런 시간은 필요하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나 책상 앞에서만 흘러가진 않는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퇴근 후 2~3시간 남짓한 시간 외에는 온전히 책에 집중할 틈이 없다. 그마저도 피곤과 싸우며 버텨야 하는 시간이다. 필자는 어느 날, 이런 한계 속에서 ‘공부의 무게’를 조금 다르게 나눠보기로 했다. 책상 앞에서 하는 인풋 공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에서 아웃풋을 끌어낼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 첫걸음은 아주 단순한 장치에서 시작되었다. 녹음기. 책상 앞에서 공부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시험에 나올 법한 핵심 개념, 중요 단어, 기출문제 중 헷갈리는 선택지들. 이런 것들을 필자는 짧은 문장으로 정리해 오디오 파일로 직접 녹음했다. 그리고 그 파일을 출퇴근길, 지하철 안,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산책 중, 설거지나 청소를 할 때 틀어놓았다.

책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귀로 공부는 이어졌다. 강의를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목소리로 요약된 문장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핵심이 머리에 들어왔다. 특히 기출문제를 녹음할 때에는 회차별로 나눠서, 예를 들면 ‘2020년 1회 문제 1번, 2번…’ 이런 식으로 읽고 보기까지 함께 말로 녹음했다. 그렇게 만든 기출문제 오디오는 한 회차에 대략 1시간 안팎의 길이였고, 하루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이라면 한 회차를 두 번 듣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기출문제는 반복되는 유형이 많기 때문에 회차별로 비교하면서 들으면 자연스럽게 시험의 패턴이 보이고, 빈출 개념이 머릿속에 각인된다. 필자는 약 10년 치의 기출을 회차별로 나눠 듣고, 하루 한 회차를 듣는 계획을 세워 기출문제만으로 한 달을 공부했다. 하루는 듣고, 하루는 직접 문제를 풀며 틀린 부분을 다시 오디오에 반영했고, 그 다음날은 그걸 다시 들었다. 듣는 공부는 지루하지 않았고, 이동 시간의 죄책감을 줄여주었다.

그렇게 혼자 인풋으로 채운 공부는 아웃풋으로 넘어갔다.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지인들과 모여 스터디를 시작했고, 우리는 서로 질문을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내가 질문을 만들고, 다른 사람이 그걸 맞히는 구조. 하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질문을 만들면서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가 드러났고, 답을 말하는 사람도 자신의 인출 능력을 점검할 수 있었다. 아웃풋은 단지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꺼내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기억은 훨씬 단단해진다.

중요한 건, 공부는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공부는 이어질 수 있다.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면 틈을 활용해야 하고, 틈을 활용하려면 내게 맞는 방식으로 정보를 내 삶 안에 녹여야 한다. 출퇴근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암기한 내용을 반복해서 꺼내보는 시간’이 될 수 있고, 지인과의 대화는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기억을 말로 연결하는 훈련’이 될 수 있다.

결국 시험은 얼마나 많은 인풋을 쌓았느냐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순간에 그것을 꺼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머릿속에 수천 개의 정보가 들어 있어도, 시험장에서 단 하나의 정답을 꺼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아웃풋은 공부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공부의 완성이다. 인풋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인출이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내 목소리로 만든 오디오 파일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책상이 없어도, 내 공부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