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8. 17:39ㆍ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수험서, 무작정 고르지 마라.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책이다. 무슨 책으로 공부해야 할까, 어떤 책이 나에게 맞을까, 인터넷에 ‘OO 시험 추천 교재’를 검색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홍보성 문구와 쏟아지는 별점 속에서 진짜 ‘내게 맞는 책’은 오히려 더 헷갈리게만 한다. 나도 그랬다. 처음 자격시험을 준비할 때, 시중에 나온 책들 중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몰라 서점에서 한참을 헤맸다. 결국은 가장 많이 팔리고,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는 책을 집었다. 그게 실패하지 않는 선택이라는 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을 고를 때, 중요한 건 ‘좋은 책’이 아니라 ‘합격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기본서라면 전체 흐름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쓰여 있어서, 마치 석사논문을 읽는 기분이 든다면 그 책은 수험용이 아니다. 기본서는 ‘이해와 암기를 쉽게 도와주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고, 읽으면서 ‘이건 시험에 나오겠는데’ 싶은 문장이 눈에 띄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기출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서부터 보고 기출문제를 나중에 보려고 한다. 필자도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순서를 바꿨다. 기출문제를 먼저 본 후, 기본서를 읽고, 마지막에 모의고사로 실력을 점검하는 흐름으로 공부했다. 처음 기출문제를 보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단어조차 생소해서 불쾌할 정도로 멘붕이 온다. 하지만 기출을 먼저 보면 출제자의 관점이 보인다. 시험에서 자주 다루는 내용, 애매한 표현, 정답을 헷갈리게 만드는 방식, 그런 출제의도를 알고 기본서를 보면 훨씬 빠르게, 정확하게 공부할 수 있다.
기본서를 읽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목차를 보는 것이다. 목차는 단지 페이지 안내가 아니다. 목차에는 책의 구조가 담겨 있다. 시험범위의 큰 줄기,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 방향, 내가 외워야 할 ‘전체 숲’이 담겨 있는 지도가 바로 목차다. 나는 목차를 보고 큰 흐름을 그린 후, 각 장의 소제목들을 훑으며 이 책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파트는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지?” “이 단락은 왜 시험에 나오는 걸까?”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읽으면, 그냥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이해와 기억이 더 오래간다.
그 다음엔 단락마다 핵심 키워드를 뽑는다. 키워드를 먼저 기억하고, 그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용을 엮으면, 나중에 내가 직접 답안을 구성할 때 글의 뼈대가 만들어진다. 이 방식은 특히 서술형 2차 시험에 강력하다. 1차 객관식 시험이라면, 오답과 정답의 미묘한 차이를 캐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건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감이 생긴다.
필자는 색으로 암기의 구조를 잡았다. 파란색은 중요 키워드, 빨간색은 주의가 필요한 포인트. 문장 전체를 마킹하지 않는다. 마킹은 키워드 중심으로, 눈에 걸려야 기억이 되니까. 그리고 정말 중요한 포인트에는 별표(★)를 붙인다. 내가 왜 이 부분에 별표를 붙였는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을 때, 그건 내 것이 된다.
이렇게 공부한 내용은 반드시 잠들기 전 15분, 복습한다. 키워드를 떠올리며 간단한 문장으로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시간. 한 번 더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기억은 더 깊어진다. 강의를 듣다가 ‘아, 이제 알겠다’ 싶은 개념이 있었는데, 막상 다시 기출문제를 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다시 헷갈릴 때가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려 들면 공부가 막히고, 시간도 너무 걸린다. 필자는 그럴 땐 그냥 넘어갔다. 회독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시점이 온다. 처음부터 100퍼센트 이해하려고 매달리는 건 어리석은 방법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지금 완벽하게 외운 것도 며칠 뒤엔 잊어버린다. 그러니까 반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만 중요한 건, 반복의 질이다. 같은 책을 다시 보더라도 어떤 질문으로 다시 보느냐,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떠올리느냐, 그 관점이 공부의 방향을 결정한다.
시험에 필요한 책은 ‘좋은 책’이 아니라, 출제자의 관점을 이해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시험에 필요한 공부는 ‘완벽한 공부’가 아니라, 시험장에서 꺼낼 수 있는 공부다. 책을 고르고, 책을 보는 방식부터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시험은 결국 책에서 나온다. 하지만 어떻게 책을 읽느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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