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8. 12:24ㆍ시험도, 일상도 기억이 답이다
예전처럼 외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멈출 수 없다.

나는 이제 곧 환갑을 앞두고 있다. 주름이 늘고 체력이 떨어지는 건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기억력이 흐릿해졌다는 걸 자각했을 땐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 어떤 날은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어떤 날은 책상에 앉아 한참을 읽고도, 책을 덮고 나면 도무지 뭐라고 써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순간, 내가 이렇게까지 된 건가 싶어 쓸쓸해졌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동시에, 지금의 삶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는 중년이기도 하다. 인생의 2막이 아니라, 어쩌면 3막쯤 되는 이 시기에, 나는 다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필요해서, 또 원해서 시작했다. 그런데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젊었을 땐 무심코 넘기던 한 줄이 이제는 몇 번을 읽어도 머리에 남지 않는다. 단어가 사라지고, 문장이 흘러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바보가 된 건 아니었다. 몸도, 마음도, 아직 충분히 쓸 수 있다. 문제는 내가 예전의 방식대로 기억하려 한다는 데 있다는 걸 깨닫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예전엔 무조건 외우면 됐다. 반복하고, 암기하고, 무식하게라도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됐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외우려고 하면 더 막히고, 머릿속이 희미해졌다.
그래서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정확히는, 내 머리가 지금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훈련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기억법이라는 걸 만나게 됐다. 처음엔 반신반의였다. 이 나이에 뭘 또 새로 배운다고,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해보니 달랐다.
기억이라는 건 단순히 많이 넣는 게 아니라, 어떻게 꺼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여전히 많은 걸 기억하지 못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꺼낼 수 있게 됐고, 그게 공부든 일상이든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도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자격증 하나를 따기 위해 매일 책을 펼친다. 달라진 건, 이젠 무턱대고 외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연재는 내 기억을 위한 기록이고, 누군가의 기억을 되살리는 자극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처럼, 이제 막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외워지지 않는다고 너무 낙담하지 말자고. 기억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시 길을 만들어주면 돌아오는 것이라는 걸, 나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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