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1. 18:33ㆍ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연재10] AI와 함께 설교를 준비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은 이제 설교 준비의 현실적인 동반자가 되었다. 본문 정리와 구조 설계, 표현 다듬기까지 AI는 빠르고 효율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이 변화 앞에서 설교자들은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한편에서는 AI를 경계하며 거리를 두자는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견해이다. 중요한 것은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다.
AI는 설교자를 대체할 존재가 아니라 보조 도구다. 망치가 목수를 대신하지 못하듯, AI는 설교자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러나 도구는 언제나 사용자의 의도를 반영한다. 사용 기준이 분명하지 않을 때, AI는 설교를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피상적으로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설교 준비가 깊은 사유와 기도의 과정이 아니라, 결과물을 빠르게 얻는 작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도구의 위험성을 반복해서 경고한다. 금송아지는 우상이 된 도구의 대표적인 예다. 하나님을 섬기기 위한 상징으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하나님을 대신하는 대상이 되었다. 문제는 금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였다. 마찬가지로 AI 역시 잘못 사용될 때, 설교자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설교를 대신하는 우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AI를 사용할수록 더 분명해져야 할 것은 설교자의 신학과 영성이다. 설교자가 무엇을 믿고 있는지, 어떤 복음을 붙들고 있는지가 분명하지 않다면, AI가 제공하는 문장은 설교자의 생각을 강화하기보다 흐리게 만든다. 반대로 설교자의 신학적 중심이 분명할수록, AI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설교자는 AI가 제시한 문장을 검토하고 분별하며, 자신이 받은 말씀과 대조할 수 있어야 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도구에 의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자신이 가진 학문적 자산과 수사학적 능력을 사용했지만, 그것을 의지하지는 않았다. 그는 설교의 근거를 언제나 성령의 능력에 두었다. 설교자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설교의 근거를 도구에 두어서는 안 된다. 그 경계가 무너질 때 설교는 쉽게 힘을 잃는다.
설교의 주체는 언제나 성령과 설교자다. AI는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 설교는 여전히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말씀하시는 사건이다. 인공지능 시대는 설교 준비를 더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설교자의 책임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설교자는 무엇을 사용하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의지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할 때, AI는 설교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섬기는 도구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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