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1. 18:22ㆍ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AI 시대, 설교 형식은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설교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짧은 영상과 대화형 콘텐츠에 익숙한 시대 속에서, 설교 역시 새로운 형식을 요구받는다. 내러티브 설교, 대화형 설교와 같은 다양한 방식이 등장했고, 인공지능은 이러한 형식을 더 손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변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이다.
설교 형식이 다양해질수록 종종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다. 형식이 설교의 핵심이 되고, 메시지는 형식에 종속된다. 설교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보다,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가 더 주목받는다. 그러나 성경은 설교의 힘이 형식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 하나님은 언제나 새로운 방식으로 말씀하셨지만, 그 말씀의 중심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예수님의 설교는 그 대표적인 예다. 때로는 비유로, 때로는 질문으로, 때로는 침묵으로 말씀하셨다. 산상수훈에서는 군중 앞에서 선포하셨고, 사마리아 여인에게는 우물가에서 대화로 말씀하셨다. 형식은 달랐지만 메시지의 방향은 언제나 분명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부르심이었다. 예수님의 설교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보다, 삶의 방향을 바꾸는 말이었다.
형식의 변화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다. 설교가 재미와 공감을 목표로 삼는 순간, 설교는 쉽게 소비되는 말이 된다. 물론 설교는 듣기 쉬워야 하고, 시대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설교의 목적은 흥미를 주는 데 있지 않다. 설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뜻을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메세지이며 말이다. 회중을 하나님 앞으로 불러내는 말이며,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하는 말이 설교다.
바울의 설교 역시 형식보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 준다. 그는 헬라 철학자들 앞에서는 그들의 언어를 사용했고, 유대인들 앞에서는 율법과 선지자를 인용했다. 형식은 달랐지만, 바울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어디에서든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을 전했다. 설교의 힘은 설득 기술이 아니라, 붙들고 있는 복음에서 나왔다.
변화는 필요하다. 시대의 언어를 외면한 설교는 점점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러나 중심을 잃은 변화는 설교를 가볍게 만든다. 형식이 새로워질수록 설교자는 더 분명하게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이 설교가 사람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하나님께로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설교 자체로 향하고 있는가.
형식은 언제든 새로워질 수 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설교 방식 역시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복음은 새로워지지 않는다. 십자가와 부활, 회개와 소명이라는 중심은 시대와 무관하다. 인공지능 시대는 설교 형식을 시험하는 시대가 아니라, 설교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대다. 설교가 다시 힘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식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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