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6. 18:38ㆍ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연재04] AI는 설교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설교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이 있다. 과연 AI가 설교를 대신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 질문 속에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설교자의 자리와 의미에 대한 깊은 불안이 담겨 있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그 속도는 설교 준비의 속도를 압도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설교의 본질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를 드러내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분명 많은 일을 해낸다.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정리하고, 논리적인 구조를 세우며,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 낸다. 설교 준비 과정에서 오랜 시간 소요되던 작업을 단축시켜 주는 데에는 탁월하다. 그러나 설교가 이 모든 과정을 ‘만드는 일’로만 이해될 때, 설교자는 쉽게 대체 가능한 존재가 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설교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성경에서 설교는 결코 만들어진 말이 아니었다. 모세는 시내산에서 말씀을 받아 내려왔고, 예언자들은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여 이르시되”라는 고백으로 사역을 시작했다. 그들은 메시지를 구성하기 전에, 먼저 말씀을 받는 사람이었다. 설교는 만들어 내는 작업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사람에게 임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은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인공지능은 회개할 수 없고, 눈물을 흘릴 수 없으며, 부르심 앞에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 이사야가 하나님의 영광을 보고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외쳤던 그 순간, 베드로가 자신의 죄를 깨닫고 예수 앞에서 무너졌던 그 경험은 기술로 재현될 수 없다. 설교는 그와 같은 만남의 흔적에서 흘러나온다.
하나님은 여전히 사람의 입술을 통해 말씀하신다. 이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택에 관한 문제다. 하나님은 완전한 존재임에도 불완전한 인간을 택해 말씀을 전하신다. 그 이유는 설교가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계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하나님과 회중 사이에 서서, 자신이 먼저 들은 말씀을 삶으로 증언하는 존재다.
결국 문제는 AI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며, 설교의 자리를 넘보는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설교자가 설교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있다. 설교를 기술로 이해할수록 설교자는 위기를 느끼고, 설교를 부르심으로 이해할수록 설교자는 더욱 분명해진다. 인공지능 시대는 설교를 위협하는 시대가 아니라, 설교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하는 시대다. 하나님은 오늘도 여전히 사람을 통해 말씀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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