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01] 설교의미래. 설교자는 사라질 것인가?

2025. 12. 14. 15:41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연재 01] 설교의미래. 설교자는 사라질 것인가?

설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설교를 둘러싼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시대다. 인공지능은 말의 생산 방식을 바꾸었고, 정보는 넘쳐나며, 사람들의 집중력은 짧아졌다. 이 변화 속에서 설교는 종종 낡은 형식처럼 취급된다. “설교는 여전히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이제 신학적 물음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되는 현실의 질문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연재는 설교의 위기를 기술의 문제로만 진단하지 않는다. 설교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AI 이전부터였기 때문이다. 강단의 말이 가벼워지고, 설교가 설명으로 대체되며, 설교자의 정체성이 흐려진 과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인공지능은 이 변화를 만들어낸 원인이 아니라, 그 변화를 선명하게 드러낸 계기일 뿐이다.

이 연재가 던지고자 하는 질문은 단순하다. 설교는 무엇인가. 그리고 설교자는 누구인가. 설교를 콘텐츠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부르심으로 이해할 것인가. 설교를 기술의 산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과 공동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설교의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성경은 언제나 설교를 사람을 통해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선택으로 보여 준다. 하나님은 완전한 메시지를 불완전한 사람에게 맡기셨다. 그 이유는 설교가 말의 완성도가 아니라, 삶과 말씀의 만남에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메시지를 만들어 내는 존재가 아니라, 말씀 앞에 먼저 서는 사람이다.

이 연재는 새로운 설교 기법을 제시하려는 글이 아니다. 더 흥미로운 설교 형식을 제안하거나, AI 활용법을 안내하는 실용서도 아니다. 오히려 설교의 속도를 늦추고, 본질을 다시 묻는 자리로 독자를 초대하고자 한다. 설교의 위기를 말하되 절망으로 끝내지 않고, 설교의 가능성을 말하되 낙관으로 흐르지 않으려 한다.

앞으로 이어질 열 편의 글은 하나의 질문을 다양한 각도에서 반복해 묻는다. 설교는 여전히 필요한가, 설교자는 무엇으로 서야 하는가, 교회는 어떤 설교자를 준비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설교자가 다시 하나님 앞에 서도록 이끄는 질문과 함께 그 질문의 답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설교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어떤 설교가 살아남을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이 연재는 그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설교의 미래를 함께 성찰하고자 한다. 설교의 종말이 아니라, 설교의 본질을 다시 붙들기 위한 여정이 지금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