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인지삼제: 인간의 왜곡된 시선과 하나님의 회복

2025. 12. 1. 20:35중독이 묻고 성경이 답하다

성경 속 인지삼제: 인간의 왜곡된 시선과 하나님의 회복

 

우리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삼제는 인간이 깊은 절망이나 우울에 빠질 때 흔히 나타나는 세 가지 왜곡된 시선, 곧 자기와 세상,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부정적 인식을 의미한다. 흥미롭게도 이 개념은 성경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믿음의 거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 세상에 대한 과장된 두려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절망을 경험했다. 이는 인간의 마음이 시대를 초월해 얼마나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모세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부터 큰 왜곡을 경험했다. 하나님이 그를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부르셨을 때, 모세는 자신이 가진 사명보다 자신의 부족함에 먼저 집중했다. 그는 “나는 본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자입니다”(출애굽기 4장 10절)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겠다는 약속보다 자신의 결함이 더 크게 보였던 것이다. 기드온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하나님이 그를 큰 용사라 부르며 미디안을 구할 사명을 주셨지만, 기드온은 “나는 가장 약한 자이며, 내 집에서 가장 작은 자입니다”(사사기 6장 15절)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의 시선보다 자신의 작음에만 갇혀 있었고,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는 부정적 자기 인식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처럼 성경 속 인물들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쉽게 왜곡되고 흔들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종종 어둡게 흐려져 있었다. 갈멜산에서 큰 승리를 거둔 엘리야조차 이세벨의 위협을 듣자 세상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다고 느끼며 도망쳤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오직 나만 남았습니다”(열왕기상 19장 10절)라고 고백했다. 실제로는 수천 명의 동역자가 남아 있었지만, 엘리야는 자신이 혼자라는 해석에 갇혀 세상을 적대적이고 버거운 환경으로만 보았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을 정탐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백성들은 스스로를 “메뚜기 같았다”(민수기 13장 33절)고 말하며, 세상은 너무 크고 자신들은 너무 작다고 느꼈다. 그들의 해석 속에서 세상은 위협으로 가득 찬 장소였고, 자신들의 가능성은 사라져 있었다. 세상을 향한 부정적 인지가 어떻게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미래에 대한 인식도 성경 속 인물들에게는 때때로 희망 대신 절망으로 채워져 있었다. 고난의 한가운데 있는 욥은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나의 소망이 어디 있으며, 누가 그것을 보겠느냐”(욥기 17장 15절)라고 말한다. 과거의 상실과 현재의 고통은 그의 눈을 가려 미래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엘리야도 광야에서 죽기를 구하며 자신에게 남은 미래를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하나님께서 여전히 그를 통해 일하고 계셨음에도, 엘리야는 상황의 압력 속에서 내일을 바라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성경 속 인물들은 종종 자신이 빠진 상황 때문에 미래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곤 했다.

이처럼 성경 속 인지삼제는 인간의 연약한 시선이 어떻게 자신과 세상과 미래를 왜곡하여 절망으로 이끄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성경이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이 이런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두지 않으신다는 점이다. 모세에게는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고 하며 그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셨고, 기드온에게는 “큰 용사”라는 하나님의 시선을 다시 심어 주셨다. 엘리야에게는 수천 명의 동역자가 남아 있음을 알려주며 세상을 다시 보게 하셨고, 욥에게는 이전보다 더 넉넉한 회복을 허락하시며 미래가 여전히 열려 있음을 드러내셨다.

결국 성경 속 인지삼제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왜곡된 해석에 갇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하나님이 어떻게 우리의 시선을 바로잡고 회복시키시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에 대한 왜곡, 세상을 향한 과장된 두려움, 미래에 대한 절망 속에서 흔들릴 때, 하나님은 우리의 눈을 들어 다시 보게 하시며, 보이지 않던 가능성과 소망으로 이끄신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 속 인지삼제를 묵상하는 일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경험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