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왜 ‘인지치료’가 중요한가?

2025. 12. 1. 20:05중독이 묻고 성경이 답하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왜 ‘인지치료’가 중요한가?

중독 문제를 다루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의지 부족”입니다. 하지만 상담 현장에서 우리는 중독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확인하게 됩니다. 중독은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이 복잡하게 얽혀 형성된 하나의 패턴이며, 그 중심에는 왜곡된 생각들—즉, 인지적 오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독자들이 반복적으로 빠지는 심리적 함정은 대부분 ‘생각의 구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 곧 중독 치료의 핵심이 됩니다. 그래서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는 중독 회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흔히 비슷한 형태의 사고 패턴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의 실수를 전체 실패로 해석하고, 다시는 변화할 수 없다고 단정하거나,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중독 행동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금연 중 하루 실수했을 때 “봐, 난 역시 안 되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며 완전히 포기해버리는 식입니다. 이런 식의 사고는 ‘과대일반화’라고 불리며, 단 한 번의 사건을 전체 삶으로 확대되는 대표적인 인지 왜곡입니다. 또한 중독자들 중에는 “완전히 끊지 못했으면 결국 실패한 거야”라는 식의 극단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변화의 중간 단계나 부분 성공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지속적인 회복을 방해합니다.

감정을 사실처럼 해석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이 감정은 술로만 가라앉힐 수 있어”, “지금 이 기분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게임을 해야 해”와 같은 생각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중독자에게는 이런 감정이 곧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일종의 내적 믿음이 존재합니다. 이처럼 감정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감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을 ‘정서적 추론’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한 순간의 느낌이 아니라, ‘신념’의 형태로 굳어진다는 점입니다. 많은 중독자들은 “오늘 하루 정도는 별일 아니야”, “누구나 이 정도는 해”, “이걸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워”와 같은 자기합리화를 반복하며 중독 행동을 유지합니다. 더 나아가 스스로에 대해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 “나는 절대 나아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자기 신념을 강화합니다. 결국 중독자들은 중독 행동에 의존하게 만들었던 사고 패턴을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하게 되고, 이 사고가 다시 중독 행동을 강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인지치료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며,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요? 인지치료의 출발점은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중독 행동이 일어나기 직전 떠오르는 자동적인 생각을 포착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만 하는 건 괜찮아”, “지금은 너무 힘드니까 어쩔 수 없어”라는 자동사고를 기록하면서 내담자는 자신이 반복적으로 어떤 사고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단순히 행동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생각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다음 단계는 이러한 생각이 과연 사실인지, 혹은 왜곡된 해석인지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인지 재구조화라고 합니다. 내담자는 자신이 했던 생각의 근거를 확인하고, 그 생각 때문에 어떤 결과가 반복되었는지를 점검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만 할 거야”라는 사고가 실제로 과거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되돌아보면서, 더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대안 사고를 만들어 나갑니다. “오늘만이라는 말이 여러 번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상황이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면, 새로운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힘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단지 표면적인 생각만을 바꾸는 것에서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독자가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깊은 신념—즉, ‘나는 통제할 수 없다’, ‘감정은 즉시 해결되어야 한다’, ‘대체할 방법은 없다’와 같은 핵심신념—을 다루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신념들은 내담자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치료자는 작은 성공 경험을 설계하고 반복하여 내담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도록 돕습니다. 행동실험(behavioral experiment)은 이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입니다. 갈망이 올라올 때 10분만 지연해 보는 것, 상습적으로 하던 행동 대신 짧은 산책을 선택해 보는 것과 같은 작은 도전이 실제로 자리를 잡으면, 내담자는 자신이 변화 가능한 존재라는 믿음을 회복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과정은 재발을 예방하는 것입니다. 중독은 단번에 끊어지지 않으며, 작은 흔들림이나 재발은 치료 과정의 일부입니다. 인지치료에서는 재발을 실패로 보지 않고, 다시 학습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봅니다. 위험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오늘만 괜찮아”라는 사고를 조기에 차단하며, 만약 재발했다 하더라도 그 이유를 분석하고 다시 계획을 세우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내담자가 중독을 ‘종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문제’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결국 중독 치료의 핵심은 사고 패턴을 이해하고 바꾸는 데 있습니다.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아 나갈 때 감정이 안정되고, 행동도 바뀌게 됩니다. 중독에서 회복되는 과정은 생각의 변화에서 시작되며, 인지치료는 그 변화를 가장 안정적으로 돕는 치료 방식입니다.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는 작은 노력에서 회복의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