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1. 20:26ㆍ중독이 묻고 성경이 답하다
성경 속 방어기제, 인간 마음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

우리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방어기제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인간이 고통을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마음의 보호 장치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성경 속 인물들도 우리가 겪는 심리적 압박과 고민 속에서 매우 인간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들의 믿음의 여정 안에는 두려움, 죄책감, 회피, 분노와 같은 감정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들은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성경 속 방어기제를 살펴보는 일은 오늘 우리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 더 큰 수용을 배우는 중요한 작업이 된다.
사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브라함을 찾아오신 하나님이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사라는 장막 뒤에서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내 주인도 늙고 나도 늙었으니 이 일은 어찌 이루리요”(창세기 18장 12절). 사라는 현실의 고통을 직면하기 어려워 약속 자체를 부정하며 웃어버렸다. 이것은 고통스러운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 나타나는 부정이라는 심리적 반응과 매우 닮아 있다.
사울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다윗의 성공이 두려웠고, 백성들이 다윗을 칭찬할수록 마음속의 열등감이 커졌다. 그 두려움은 결국 다윗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끼게 만들었고, 사울은 창을 던지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사울이 그 말에 불쾌하여 심히 노하여 다윗을 주목하였더라”(사무엘상 18장 8~9절). 사울은 자신 안의 두려움을 다윗에게 돌려 해석했고, 이는 마음의 불안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대표적인 심리적 반응이다.
아담이 선악과 사건 후 하나님께서 “네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실 때 보여준 반응도 매우 인간적이다. 하나님이 “네가 어찌하여 그 나무의 열매를 먹었느냐”고 책임을 물으시자,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세기 3장 12절)라고 말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합리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은 실패나 실수를 직면하기 어려울 때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억압의 모습은 요셉의 형제들에게서 발견된다. 요셉을 노예로 팔아넘긴 형제들은 겉으로는 일상을 이어갔지만, 죄책감은 그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기근과 고난의 상황에서 다시 떠오른다. 그들은 서로 말하기를 “우리가 아우의 일로 범죄하였도다… 그러므로 이 고난이 우리에게 임하도다”(창세기 42장 21절)라고 고백한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죄책감이 환경의 압력 속에서 다시 떠오르는 전형적인 심리적 억압이다.
반동형성의 예도 성경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사울은 처음 다윗을 궁으로 데려왔을 때 다윗을 사랑했다고 표현되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질투와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호의와는 달리 내면에는 경쟁심과 위협감이 있었고, 이는 나중에 드러난 다윗에 대한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실제 감정과는 반대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 반동형성의 특징이다.
요나의 이야기는 회피의 모습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나님은 요나에게 니느웨로 가서 그들의 죄를 외치라고 명령하셨지만, 요나는 즉시 반대 방향인 다시스로 도망쳤다. 성경은 “요나가 여호와의 얼굴을 피하려고 일어나 다시스로 도망하려 하여…”(요나 1장 3절)라고 기록한다. 요나는 니느웨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을 직면하기보다 상황 자체를 피하는 선택을 했다. 이는 불편한 감정에 마주하기 어려울 때 나타나는 회피의 전형적 반응이다.
반면, 다윗의 경우에는 부정적 감정을 건강하게 전환하는 승화의 예가 된다. 그는 수많은 고난과 배신, 도망의 시간을 겪었지만, 그 감정을 파괴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을 시와 찬양의 형태로 하나님께 올려드렸다. 시편 곳곳에서 그는 두려움과 슬픔을 노래로 바꾸며 하나님께 탄식했고, 이러한 표현은 그의 내적 고통을 건강한 형태로 전환한 승화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신체화의 모습은 다윗의 고백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죄를 숨기고 있었던 시기를 두고 “내 뼈가 쇠하였도다… 밤낮으로 손이 나를 누르시니 내 진액이 빠져서 여름 가물에 마름 같았나이다”(시편 32편 3~4절)라고 말한다. 이는 마음의 고통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되는 신체화의 심리적 반응과 매우 닮아 있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이 몸의 무기력감이나 통증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렇게 성경 속 인물들이 보여준 방어기제의 모습은 그들이 단지 믿음의 영웅으로만 기록된 것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은 감정과 두려움을 가진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매우 중요한 영적 의미를 가진다. 방어기제는 죄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마음의 움직임이다. 그러나 그 방어가 지나칠 때 우리는 진실을 보지 못하거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스스로를 숨기게 된다. 자신의 방어기제를 인식하는 일은 단순한 심리학적 이해를 넘어,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서기 위한 영적 훈련이기도 하다.
결국, 성경 속 방어기제를 살펴보는 일은 우리의 믿음과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작업이다. 인간의 심리적 반응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의 연약함을 얼마나 잘 이해하시고 그 안에서도 우리를 인도하시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성경은 완전한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라 연약함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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