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4. 13:10ㆍ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제3장. 인공지능의 등장이 종교에 미치는 영향
2016년,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미국의 한 교회에서 성경에 기반한 상담을 시연했다. 2023년에는 독일 퓌르트(Fürth)의 한 교회에서 인공지능이 설교를 작성하고 아바타가 집례하는 예배가 실제로 개최되었다⁾. 교회 출석자 중 다수는 “신기하긴 하지만, 감동은 없었다”고 응답했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흥미의 문제를 넘어서, 기술과 종교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인공지능(AI)은 단지 목회자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서, 신앙의 실천과 표현의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속에서 진정성은 어떻게 위협받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지켜 나가야 할지가 중요한 시대를 맞이했다.
1. 인공지능, 종교의 영역으로 들어오다
AI는 인간의 학습 능력, 언어 처리, 이미지 인식, 감정 분석 등의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GPT, Gemini 등 다양한 언어모델이 사람처럼 글을 쓰고 말하며, 심지어 상담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종교 영역에서도 빠르게 도입되었다.
(1) 설교 작성
미국과 유럽 일부 교회에서는 목회자가 GPT 기반 인공지능을 활용해 설교 초안을 작성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언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자료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교회에서 활용도가 높으며 한국교회에도 예외가 아니다.
(2) 기도문 생성
‘플레이스토어에서 기도문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앱들이 존재한다. 이 앱들은 사용자 요청에 따라 자동으로 기도문을 생성하며, 어떤 앱은 아침 기도와 저녁 기도를 시간에 맞춰 푸시 알림으로 제공한다.
(3) 종교 상담 챗봇
목회자를 대신하여 신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설명하고 신앙상담을 해 주는 앱들이 많다. 특히 성경에 기반한 조언을 제공하는 챗봇들은 이용자인 신자들이 질문하면 성경 구절 추천, 상황별 상담 메시지 제공, 심지어 기도 응답까지 자동으로 구성해 주고 있다.
(4) 가상 예배 및 메타버스 교회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는 아바타들이 예배를 드리거나, 목회자 아바타가 AI의 음성을 통해 설교하는 실험이 이미 이루어졌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이후 메타버스 공간에서 새신자 교육, 세례 교육까지 운영하거나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AI가 단지 ‘도우미’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신앙행위의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2. 무엇이 바뀌고 있는가: 종교의 구조, 의미, 행위
(1) 종교의 구조: 성직자 권위의 재정의
기존에는 신앙의 지식과 해석은 성직자 중심의 수직적 구조에서 전달되었다. 그러나 AI는 방대한 성경 자료와 주석을 바탕으로 신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며, ‘신학 지식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있다. 이것은 긍정적인 면에서 신앙의 접근성을 높이고, 동시에 부정적인 면에서는 전통적 목회 권위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2) 종교의 의미: 신앙의 개별화와 콘텐츠화
AI는 개인의 정서와 관심에 맞춰 종교 콘텐츠를 추천하고 제공한다. 이는 신앙을 ‘체험’이 아니라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 예배는 더 이상 공동체의 참여 행위가 아니라,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의 시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신앙의 공동성, 신비성, 경건성이 ‘실용성’에 의해 가려질 수 있다.
(3) 종교의 행위: 자동화된 신앙 실천
AI가 설교, 기도, 상담까지 제공하게 되면, 신앙은 더 이상 노력이나 성찰의 결과가 아니라, 편리하고 빠른 응답을 받는 루틴한 일상이 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신앙을 ‘앱 사용’ 정도로 경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3. 진정성의 위기: '신앙'인가, '시뮬레이션'인가
인공지능이 종교나 신앙생활에 도전과 변화를 넘어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본질적인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 고백의 부재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고백이다. 예수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마 16:15)고 물었고,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라고 대답했다. 이 고백은 단지 입술의 문장이 아니라 삶을 건 진심이었다.
그러나 AI는 고백하지 않는다. 단지 모방하고 생산할 뿐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말을, 감동 있게 뽑아낼 수는 있지만, 그 말에는 내면의 싸움과 결단이 없다.
(2) 관계의 상실
AI는 사람을 대신하여 대화하고 조언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감하거나 함께 울어줄 수는 없다. 예수는 죽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울었다(요 11:35). 그 울음에는 사랑과 아픔, 함께 짊어지는 구원의 서사가 담겨 있었다.
AI는 이러한 영혼 간의 교통을 가질 수 없다. 기계가 전하는 위로는 기능적일 수는 있지만, 신학적 의미를 갖는 '위로'는 될 수 없다.
(3) 공동체성의 약화
디지털 신앙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고립된 경향을 강화한다. ‘나만의 예배’, ‘나만의 말씀’, ‘나만의 기도’는 마치 진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앙의 공동체성과 섬김, 교제의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함께 드리는 예배’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도록 부름 받았다.
4. AI는 신앙의 적인가 아니면 우군인가?
AI는 신앙을 위협하는 적일까? 아니면 신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군인가? 지금까지 기술은 언제나 신앙을 정화하는 촉진제 역할을 해 왔다. 인쇄술은 말씀을 독점에서 해방시켰고, 라디오는 오지의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왔다.
인공지능은 목회자와 교회에 묻고 있다.
“당신의 설교는 인공지능이 작성한 설교보다 더 감동적인가?”
“당신의 신앙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고백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자기 신앙의 진정성을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AI는 단지 위험 요소가 아니라, 우리가 신앙의 본질을 다시 붙잡을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감동적인 설교원고와 목회서신을 작성할 수 있지만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AI는 말할 수 있지만 믿지 않는다. .
AI는 설교할 수 있지만 고백하지 않는다.
AI는 상담할 수 있지만 함께 울 지는 못한다.
신앙은 정보가 아니라 관계다.
신앙은 구조가 아니라 고백이다.
신앙은 자동화된 콘텐츠가 아니라 살아 있는 헌신과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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