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2. 13:07ㆍ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제1장. 왜 ‘진정성’이 오늘날 종교에 필요한가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20세기 후반의 디지털 혁명이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무너뜨렸다면, 21세기 초반의 인공지능(AI)은 의사결정과 감성, 판단의 영역에까지 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단지 계산을 넘어서, 언어를 이해하고 텍스트를 생산하며 감정까지 흉내 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기술은 교육, 의료, 금융, 행정 등 대부분의 산업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제는 종교라는 인간 삶의 가장 내면적인 영역에까지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과거 기술이 종교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오늘날의 기술은 종교 행위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AI는 설교를 대신 작성하고, 가상의 성직자 캐릭터가 예배를 집례하며, 신자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성찬에 참여한다. 이미 일부 목회자는 AI가 제공한 설교 초안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며, 교인들은 성경 통독 앱, 기도 알람 앱, 온라인 묵상 콘텐츠를 통해 ‘신앙생활’을 이어간다. 이 모든 흐름은 긍정적 편의성과 정보 접근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종교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독교 신앙은 과연 인간만의 고백으로 유지되어야 하는가?”
“형식과 콘텐츠가 자동화되는 시대에, 종교는 어떤 본질을 지켜야 하는가?”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 “신앙의 진정성은 여전히 의미 있는 개념인가?”
1.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진정성’(authenticity)은 단지 현대적 유행어가 아니다. 이 개념은 철학, 윤리, 심리, 종교에 걸쳐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 방식을 규명하는 핵심 용어로 자리 잡고 있다. 철학적으로는 하이데거나 사르트르, 키에르케고르와 같은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자신의 내면과 삶이 일치하는 존재방식”으로 진정성을 정의하였다. 심리학적으로는 에리히 프롬이 『건전한 사회』(The Sane Society)에서 진정성을 “타인의 시선이나 구조에 휘둘리지 않고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상태”로 정의하였다. 즉 진정성은 타율적 삶이 아닌, 스스로 성찰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에서 출발한다.
신학적 맥락에서는 하나님 앞에 선 자로서의 삶, 즉 '코람 데오(coram Deo)'의 삶을 의미한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나를 따르라』에서 "제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뜻을 꺾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진실한 결단"이라고 말하며, 신앙의 진정성은 삶의 복종과 공동체적 책임으로 드러난다고 했다. 따라서 기독교 신앙에서 진정성은 고백의 정직성과 삶의 일관성, 그리고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제로 한 거룩한 실천을 수반한다.
2. 진정성의 위기가 찾아오다
진정성의 위기는 자동화된 신앙에서 출발한다. AI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종교 행위를 ‘모사’하고 있다. 가령, 미국에서는 AI가 작성한 설교가 실제 교회에서 낭독되는 사례가 등장하였고, 독일의 한 교회에서는 AI가 생성한 예배문을 로봇 아바타가 낭독하며 집례하는 ‘AI 예배’가 실험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교회가 기술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를 넘어, 신앙의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신자는 주일 예배에 물리적으로 참석하지 않아도 모바일 앱을 통해 ‘예배 시청’을 할 수 있고, 묵상 콘텐츠는 하루 3줄짜리 알림으로 대체된다. 기도는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작성한 문장을 읽는 수준으로 간소화된다. 이 모든 것은 신앙을 ‘경험’하기보다 ‘소비’하게 만든다. 공동체와 함께 예배드리는 감각은 사라지고, 고백 없는 고백이 남는다. 그 결과, 종교는 기술적으로 편리해졌으나 본질적으로 공허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3. 신앙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이러한 변화속에서 기독교 신앙은 새로운 전환점 앞에 서 있다. AI의 발전은 인간의 고유한 활동이라 여겨졌던 ‘이해’, ‘공감’, ‘의사소통’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이 기술이 설교와 기도까지 대신할 수 있는 시대라면, 인간 목회자와 신자의 역할은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어야 할까?
지금까지 기독교의 핵심은 복음의 전달이었다면 이제는 복음의 고백의 시대가 되고 있다. 이 고백은 단순히 언어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회개, 공동체와 연대, 예배와 순종이라는 삶 전체에서 드러나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인간의 언어를 정교하게 재현하더라도, 그것은 감정의 파악일 뿐 신앙의 결단이 될 수는 없다.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을 도울 수 있지만 하나님 앞에 서는 자는 여전히 인간이어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 기술은 신앙을 더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더 게을러지고, 덜 고민하며, 더 피상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이 아닌 우리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는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나는 하나님 앞에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으로, 신앙인으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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