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3. 13:09ㆍ인간이 묻고 인공지능이 답하다
제2장. 기술과 신앙의 관계. 도전과 적응의 시대
기술은 종교를 흔들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를 파괴하려는 악의적 힘이기보다는, 신앙의 본질을 점검하게 하는 거울처럼 작용해 왔다. 인류 문명이 발전할수록 기술은 삶의 형태를 바꾸었고, 이는 곧 신앙의 표현 방식과 구조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기술이 종교의 ‘형태’를 바꾼 것은 분명하나, 그 ‘본질’을 바꾸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술이 종교, 특히 기독교 신앙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시대별로 살펴보고, 그 속에서 진정성이 어떻게 유지되어 왔는가를 살펴보면 기술과 신앙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1. 초대교회와 로마의 도로망위에서 복음은 전하게 된다.
기독교의 초기 확산은 로마 제국의 기술적 인프라, 즉 도로망과 우편 제도, 그리고 헬라어라는 언어의 통일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사도 바울의 선교 여행은 단지 개인적 열정의 산물이 아니었다. 그는 로마 제국의 교통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했고, 그의 서신은 로마식 통신망을 타고 여러 지역 교회로 전달되었다. 바울이 고린도, 데살로니가, 빌립보, 로마 등지로 보낸 서신들이 초대교회 공동체를 연결하고 신학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은 신약성서 연구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미 기술이 복음의 통로가 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어디까지나 복음을 위한 매개일 뿐, 메시지 그 자체를 대체하지는 않았다. 진정성은 바울의 고백과 고난, 신자들의 삶의 실천 안에서 확인되었다. 도로망은 연결을 도왔지만, 복음을 살아낸 것은 사람이었다.
2. 중세 말 인쇄술의 혁명:은 성경의 대중화와 진정성의 개인화을 가져왔다.
기독교 역사에서 기술이 신앙의 구조를 급변시킨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1440년경)의 발명이다. 이 기술은 단지 문서를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 성경을 ‘대중의 손’에 쥐어주었다는 점에서 신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1517년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을 때, 그것이 활판 인쇄를 통해 전 유럽에 퍼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글은 독일어 번역본 성경과 함께 수십만 부 인쇄되어 대중의 손에 들려졌다.
이 과정에서 신앙의 진정성은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이동하게 된다. 더 이상 사제가 말씀을 ‘해석해줘야’ 하는 권위적 구조는 유지되기 어려웠고, 성도들은 자기 언어로 읽고 이해하고 고백하는 신앙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대중적 성경 해석은 때로는 극단적 이단 사상으로 이어졌고, 자율은 무책임으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결국 진정성은 ‘읽을 수 있음’만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해석, 기도, 삶의 실천 속에서 드러나야 할 과제로 남았다.
3. 19세기 철도·전신·라디오는 세계 선교의 가속화와 함께 공동체의 확장을 이루었다.
근대 기술의 핵심은 ‘속도’였다. 산업혁명 이후 철도와 전신, 인쇄기술이 결합되면서 신앙의 전파 속도와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9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의 선교단체들은 철도를 통해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복음을 전했고, 전신망을 통해 선교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수 있었다.
20세기 초에는 라디오가 등장하면서 종교는 ‘청취되는 신앙’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극동방송(FEBC) 등은 라디오 전파를 통해 폐쇄국가, 분쟁지역, 오지 주민에게 복음을 전달했다. 이는 놀라운 선교 확장의 사례로 기록되며,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청취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대부터 공동체적 신앙의 위기가 서서히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아도 말씀을 들을 수 있었고, 점점 더 신앙은 ‘듣는 것’이자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콘텐츠가 되어갔다.
진정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점점 말씀을 듣는 자리에서 실천하는 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으로 약화되고 있었다.
4. 21세기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신앙의 편의성과 피상성 낳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신앙생활을 전례 없이 편리하게 만들었다. 스마트폰과 앱 기반 플랫폼은 성경 읽기, 묵상, 기도, 예배 참여를 모두 손안에서 가능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앱들은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에게 개인 맞춤형 신앙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팬데믹(2020) 이후 교회는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였다. 줌(Zoom)을 통한 예배와 소그룹, 유튜브 예배 스트리밍, 온라인 헌금 시스템은 교회가 존재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 시점에서 신앙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초월하는 긍정적 변화를 경험한 동시에, 관계의 끈이 끊어지고, 예배의 신성함이 사라지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시대의 기술이 단지 전달 방식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경험’에서 ‘소비’로 전환시킨다는 점이다.
예배는 ‘드리는 것’에서 ‘시청하는 것’으로,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에서 ‘자동완성된 문장 낭독’으로,
공동체는 ‘함께 우는 몸’에서 ‘각자 접속한 계정’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신앙을 대중화했지만, 동시에 진정성의 근거였던 고백과 실천을 약화시켰다. 더 알고 있지만, 더 믿지 않고, 더 자주 접하지만, 더 적게 변하는 신앙생활이 된 것이다.
기술은 종교를 위협해온 것이 아니라, 종교의 민낯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있다. 도로망, 인쇄기, 전신, 라디오, 스마트폰, 인공지능까지 기술은 언제나 종교를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게 만들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고백, 관계, 실천은 AI가 대신할 수 없고, 콘텐츠가 대체할 수 없으며, 속도와 효율로는 증명되지 않는다.
교회는 기술의 변화앞에서 진정성은 지키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진정성은 기술의 시대일수록 더욱 선명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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