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골목
2025. 3. 18. 20:10ㆍ시인이 되다
눈 오는 날의 골목
이동현
눈 내리던 그 골목 끝
모두 모여있던 얼굴들
손은 빨개지고
볼은 얼어붙어도
웃음만은 멈추지 않았다
“눈싸움하자!”
누군가의 외침에
눈덩이는 순식간에 날아가고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눈 위를 구르고,
누군가는 넘어지고,
누군가는 일부러 더 넘어져
모두가 배꼽을 쥐고 웃는다
코끝 시리던 겨울
장갑도 없이
뺨 위로 내리던 눈송이마저
장난처럼 느껴지던 날
그 골목은
그때 우리의 세상이었고
흰 눈밭은
작은 전쟁터이자 놀이터였다
이제는 흩어진 얼굴들
그때 그 골목 끝에서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놓고
우리가 또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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