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도 평생직업도 없다. 이젠 평생사명이다

2025. 12. 15. 17:53생각을 말하다

평생직장도 평생직업도 없다. 이젠 평생사명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오래전에 현실에서 자리를 잃었다. 특히 목회자와 같이 한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일수록, 이 변화는 더 늦게 체감되기도 한다.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해 대학원을 마치고 목사로 부름을 받아 사역을 이어온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한 방향으로만 달려온 인생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하나의 직업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간이 겹겹이 쌓여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를 접했고, 군대와 직장 생활 속에서도 컴퓨터와 인터넷은 늘 ‘업’이었다. 목회라는 길을 걸으면서도 기술과 시대의 변화에 대한 감각은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어느 순간 연구원을 설립하게 되었고, 그 연구원은 단순한 부업이 아니라 수십 년간 법인을 운영하는 또 하나의 인생 축이 되었다. 목사이자 연구자, 그리고 기술을 다루는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이었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중독을 주제로 강의하고 가르치며, 신앙과 기술, 인간 문제를 함께 다루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인생 다모작의 본질이 드러난다. 인생은 한 번의 선택으로 끝나는 직선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이 연결되며 확장되는 곡선이다.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에 이모작을 고민하지만, 실제로 성공적인 이모작과 삼모작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행되어 왔다. 이 사례가 말해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목회라는 일모작 위에 기술이라는 씨앗이 함께 뿌려졌고, 그 씨앗은 연구원과 법인이라는 또 다른 열매를 맺었다.

이제 몇 년 후 65세를 바라보며 다시 질문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불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다모작을 살아온 사람이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던지는 질문이다. 그래서 평생교육사, 임상심리사, 인공지능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새로운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이것은 전혀 새로운 길을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더 넓은 영역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다. 목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 중독 문제, 시대의 기술 변화, 교육과 상담의 필요성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전환의 깊이다. 60대에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고 해서 모두가 초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축적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경력 없는 새출발’이 아니라 ‘확장된 사역’이 된다. 임상심리와 평생교육, 인공지능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자격이 아니라, 인간 이해와 회복, 교육이라는 하나의 사명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인생 삼모작의 핵심은 분명하다. 첫째, 이모작과 삼모작은 은퇴 후의 대안이 아니라 현역 시절의 병행이다. 둘째, 직업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명은 이어진다. 셋째, 기술과 자격은 목적이 아니라 사역을 확장하는 수단이다. 넷째, 다모작 시대의 경쟁력은 젊음이 아니라 연결 능력이다.

인생 삼모작은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걸어온 길을 다시 읽는 데서 시작된다. 목회, 기술, 연구, 상담, 교육이 하나로 이어질 때, 은퇴는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사역의 시작이 된다. 다모작 시대는 준비된 사람에게 위기가 아니라, 사명이 더 깊어지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