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15. 16:17ㆍ생각을 말하다
목회자의 손에 들린 새로운 펜 - 생성형 인공지능
말씀 앞에 앉으면, 때로는 머리가 하얘진다. 본문은 정했는데, 서론 한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 설교자는 기도했지만, 언어는 여전히 저 멀리 있다. 거기에 교육, 상담, 회의, 주보, 영상… 사역의 무게는 하루하루 어깨를 누른다. 그런데 그 모든 흐트러진 시간 사이에서, ‘조용히 일하는 비서’ 하나가 곁에 앉아 있다면 어떨까? 요즘 나는 책상 위에 성경 옆으로 ChatGPT를 켜두고 시작한다. '믿음'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준비하다 막히면, “믿음과 관련된 성경 인물 이야기를 알려줘”라고 타이핑해본다. 한 문장, 한 구절씩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 인공지능의 답변은 때로 예화가 되고, 때로 흐름의 실마리가 된다. 그 순간 깨닫는다. 이건 나를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정돈시켜주는 동료라고.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제 목회자에게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사역 전체의 ‘질서’를 도와주는 동역자다. ChatGPT, Claude, Gemini, Copilot, NotebookLM… 이름은 다르지만, 결국 그들은 우리 곁에서 조용히 묻고, 요약하고, 정리하고, 때로는 토닥이며 우리를 말씀 앞으로 다시 초대한다.
나는 특히 Claude의 글쓰기 감각을 좋아한다.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감정에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너무 차갑지도 않다. 성도에게 전해야 할 위로의 메시지를 다듬을 때, 혹은 교리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때, Claude는 설교자의 마음을 지켜주는 친구가 되어준다.
NotebookLM은 또 다른 차원이다. 나는 수십 편의 설교문을 올려두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주제나 흐름을 정리해본다. “올해 나는 자꾸 ‘회복’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구나.” 이걸 발견하고 나면, 성도들과 나눌 비전이 선명해진다. 이건 도구를 넘어, 나를 다시 보는 거울이다.
Perplexity는 출처를 정확히 제시해주기에, 통계를 다룰 때 꼭 사용한다. “한국 기독교인의 이혼율은 어느 정도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는 건 설교자에게 신뢰라는 방패를 쥐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Copilot. 주보를 매주 만들며 밤을 새운 적이 있다면, 이 도구가 얼마나 유용한지 단박에 알게 된다. 설교문을 기반으로 슬라이드를 만들고, 회의록을 정리하고, 필요하면 기도편지까지 문장을 다듬어준다. 내가 할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에서 자유케 한다.
물론 중요한 건 기도다. 설교는 성령의 감동에서 시작되며, 설교자는 기도로 본문 앞에 서야 한다. 어떤 인공지능도 눈물로 기도하지 않는다. 그 자리는 설교자만이 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언제나 도구를 통해 사람을 도우셨다. 활판인쇄술도, 방송장비도, 그리고 지금은 생성형 인공지능도 그렇다.
중요한 건 선택의 이유다. 바빠서가 아니라, 지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더 오래 본문 앞에 머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AI는 설교를 대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말씀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모든 틈을 메워준다.
설교자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나 더는 혼자가 아니다. 당신 곁에는 이제, 함께 일하는 ‘보이지 않는 동역자’들이 있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말씀을 위한 당신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펜을 드는 당신의 손에, 이제는 AI라는 도구 하나 더 들려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 도구를 통해 더 깊고, 더 온전하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 어찌 그것을 멀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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