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알 것 같아요
2025. 4. 11. 14:26ㆍ시는 영혼의 울림이다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이동현
어릴 적 나는 늘 받기만 했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밥도, 몸을 덮는 이불도
당연한 듯 당신의 손길로 채워졌지요.
고운 손 위의 상처는 낫기도 전에 덧났고,
자식 돌보느라 당신 자신은
한 번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지요.
그걸 이제야,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사춘기엔 말끝마다 날을 세웠고
당신의 걱정은 귀찮은 잔소리라 여겼습니다.
문을 쾅 닫고 돌아서면서
당신 마음이 조각나는 소린 듣지 못했지요.
그 잔소리…
지금은 그립습니다,
참 그립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조금씩 당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잠든 아이 옆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때
그제야 문득,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나는 얼마나 무심했는지…
이제야 알겠어요,
그런데 왜 이리 늦었을까요.
이제 쉰을 넘기고
내 얼굴에도 당신의 세월이 비춥니다.
당신을 찾아야지, 전화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늘 미루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그리워하고 싶어도
그리워할 수 없다는 게
이렇게 아픈 일인지 몰랐습니다.
이제야 당신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다는 게
이렇게 가슴을 저미는 줄 몰랐습니다.
차가운 바람만 스쳐 가는 그 자리 앞에서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 하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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